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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현〈변호사〉 |
일생일대의 중대한 사건 앞에 놓인 사람에게, 범죄자로 몰리게 된 사람에게 변호사는 너무나 간절한 존재다. 암흑천지에서 자신을 구해줄 유일한 동아줄이니만큼 당사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변호사에게도 전해진다.
종종 "저 같은 사람과는 안 만나고 사는 게 가장 좋죠"라는,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법연수생 시절 법원에서 2개월의 판사시보, 검찰에서 2개월의 검사시보를 거치면서 내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확인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나는 편들기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판사시보를 하면서 도무지 '증거에 기반한 객관적인 판단'이라는 것이 힘든 사람임을 느꼈다. 내가 만약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항상 그것이 진실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일말의 오류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정신이 너무나 아찔해졌다.
검사시보를 할 땐 더욱 괴로웠다. 한 번은 50차례가 넘는 절도를 저질러 구속된 젊은 피의자가 내 책상 앞에 앉았는데, 대부분의 절도 건들은 인정하면서도 유독 4건의 절도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정황상 그 4건의 절도 모두 그 피의자가 저지른 것이라 보기 충분했지만,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넘어가지 않고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이끌어내는 것이 임무인 것 같아 끊임없이 추궁하고 질문을 던지며 마주 앉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내 모습이 너무 처량했다. 검사시보 시절 '인간성에 거는 신뢰와 희망'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피의자에게 친절한 자세를 유지하려 했던 조영래 변호사님의 말씀을 내가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의심하고 내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일을 접어두자는 생각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공감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편들기'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변호사의 업무였다.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그랬다. 지인이나 가족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고 편들어 주는 일, 집 대문만 나서면 모두들 서로 잡아먹기 바쁜 정글 같은 세상에 우리끼리라도 서로 한 편이 되어 믿어주고 보듬어주는 일, 그렇게 하는 편이 내 정신건강에도 훨씬 좋았다. 그렇게 나는 변호사로 살아남기에 적합한 성격을 의도치 않게 단련하게 되었다. 나를 만난 사람은 만나기 전보다 더 행복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하신다는 선배 변호사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편들기 할 수 있는 내 생활을 감사히 여겨야지 생각한다.
이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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