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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현 (변호사) |
프랑스에서 와인을 만드는 한 할머니의 말을 기억한다. 다른 포도밭 포도를 맛보고는 너무 맛이 없어 내 포도밭에 뱉을 수조차 없다는 그 할머니의 와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비싼 금액으로 팔린다.
미국 나사(NASA)가 프랑스 부르고뉴와 가장 기후가 비슷한 미국의 어느 곳을 찾아 포도를 경작하고, 프랑스 흙을 사다가 밭에 뿌리기도 하며 프랑스 와인을 좇아가보려 노력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배를 타고 온 와인은 6개월은 쉬어줘야 원래의 맛으로 돌아오고, 어린 와인들은 불안정해서 좋은 맛을 끌어내려면 세심하게 잘 다뤄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인을 단순한 술로만 여기기는 힘들었다.
최근 내추럴 와인을 알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재배 방식으로 유기농 포도를 키워 사용하는데, 어떠한 것도 넣지 않고 어떠한 것도 빼지 않는 와인. 와인이 산업화되면서 통일된 맛을 가진 와인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효모를 첨가하는데, 내추럴 와인은 포도 그 자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인간은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어떤 내추럴 와인은 포도식초 맛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내추럴 와인은 꼬리꼬리한 맛이, 찝찝한 맛이 나기도 한다. 산업화된 와인에 길들여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추럴 와인을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평화롭고 민주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의 마음을 와인에 담는다면, 그 와인은 내추럴 와인이 아닐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내가 요즘 육아에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구나, 와인을 마시면서까지 육아를 생각하다니 싶어 웃음이 났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든 생각으로는, 내 생각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면 나 같은 사람밖에 되지 않을 테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게 도와주려면 무엇이든 내 생각대로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었다. 포도 스스로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만들어내는 내추럴 와인처럼, 우리 아이도 '주입된 효모' 없이, '통일적인 맛을 내는 상품'이 아닌,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육아서적의 고전인 토머스 고든의 '부모역할훈련'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변호사만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 자격증'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오늘도 내추럴 와인은 너무 맛있고, 육아는 너무 어렵다.
이주현 (변호사)
이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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