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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
언제부터인가 '인생'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인생 맛집, 인생 바지, 인생 책 ….
나 역시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뮤지컬 축제를 기획하기 시작한 뒤로 '인생 뮤지컬'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가장 감명 깊었던 공연은?'이라는 거창한 듯한 질문도 '인생' 두 글자가 붙으니 사뭇 친근하게 들린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대작부터 나만 알고 싶은 숨은 창작 작품까지 여러 작품이 머리에 스친다. 그렇지만 어쩐지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가'란 의문 앞에서 멈칫하게 되고, 가장 유명하지도 가장 비싸지도(?) 않은 한 작품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때는 2013년 여름. DIMF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 '아리랑-경성 26년'의 초연이 열리고 있었다. 당시 뮤지컬 업계 종사자가 아니었던 나는 스타 뮤지컬배우인 박은태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궁금해 가볍게 공연을 보러 갔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는 소년 소녀와 그들에게 섞이지 못하는 모던보이의 이야기였다. 화려한 스펙터클이 있다기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작품이랄까. 느슨한 마음으로 관람을 하던 중 노랫말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나에게 박혔다. '세상 바깥쪽에서 살면서, 멀리서 보고 안을 다 아는 것처럼 살아가는 게 가여워요'. 마침 그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뛰어들까 말까 고민 중이던 나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감동을 체험했다. 극의 모던보이처럼 가보지 않고서 다 아는 체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이후로 많은 대작을 보아왔지만, 그 노랫말이 내 가슴에 닿던 순간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렇듯 공연에 대한 감상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환경과 극의 내용이 맞물려 결정된다. 나의 인생 작품이 당신에게도 인생 작품이 될 거라고 감히 추천해줄 수 있을까? 완성도가 높은 작품, 플롯이 탄탄한 작품은 있지만 누구에게나 최고일 수는 없다. 예술은 생생히 살아 보여줄 뿐 이를 소화하는 건 오롯이 관객인 나의 몫이다.
그래서 인생 작품을 묻는 질문에 대답할 때면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무엇이든 기회가 닿는 대로 보시라"고 덧붙인다. 바로 눈앞에서 숨 쉬는 무대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 날 불쑥 당신의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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