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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국미술의 저력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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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단 (화가)

"천천히 갈아야 한다. 얘들아." 까맣고 큰 벼루와 먹, 붓, 화선지를 앞에 놓고 천천히 갈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초등학교 교실은 세상없이 조용했다. 그때 아이들의 마음도 고요했으리라.

"같은 방향으로 수평을 유지하며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천천히 갈아야 먹물이 곱고 먹색도 곱단다." 먹향을 맡으며 오랜 시간 인내하며 먹을 갈고 갈았다. 천천히 먹을 갈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먹물을 붓에 깊게 적셔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머금는다. 그 머금은 정도를 알기 위해 화선지에 찍어 본다. 먹물 머금은 정도를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작업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붓과 손이 하나가 된다.

붓을 종이에 놓고 세운다. 이는 가다듬은 정신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붓을 세우기 위해서는 같은 선을 몇 달 동안 그어야 한다. 세상이 광속으로 변하는 시대에 선 긋기만 몇 달 해야 한다면 난감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글씨와 그림이 점,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면 선 긋기 여섯 달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서예 붓은 부드럽고 길고 뾰족하다. 그 붓을 세우면 점이 되고, 세워 그으면 선이 되고, 누이면 면이 된다. 붓 하나로 같은 선을 반복하지 않아도 한 붓으로 점, 선, 면이 된다. 즉 일필로 그림이 된다.

종이는 먹물을 스민다. 먹물의 농도와 붓의 속도에 따라 빠르게 흡수되고 은은히 번지며, 때로는 부드럽고 거칠게 스민다. 한순간 빠르게 천천히 스민 종이는 지울 수 없고 덧댈 수 없기에 먹물, 붓, 종이 그리고 정신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요즘에는 캘리그래피(아름다운 손글씨)가 일반인에게 인기다. 직업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한다. 서예를 기초로 자신만의 글씨로 글의 내용에 맞게 붓과 다양한 도구로 글씨와 그림을 표현한다. 캘리그래피의 인기는 서예의 기본정신이 우리 안에 내재한 우리 문화의 인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빠르게 선진국이 되었다. 타고난 흥에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돕는 마음이 바탕이 됐다. 더불어 문화예술까지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한국미술 또한 동서양을 다양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급속히 성장했지만, 학창 시절 먹을 갈고 붓을 세우며 종이에 스밈을 보며 배운 것은 '천천히'다. '천천히'는 그림을 그리기 전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한국인의 저력이 정신에 있듯 한국미술도 마찬가지다.

나순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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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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