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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생명평화아시아 이사) |
고전 명작 '주홍글씨'는 에덴동산과 같은 완전함을 기대하는 종교적 이상주의자들이었던 청교도들이 사실은 상당히 비인간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미국의 도덕적 완벽주의자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주홍글씨'가 드러내는 최악의 범죄와 타락은 사실 종교적 완벽주의에 갇혀 인간을 단죄하며 차별하고 배제하는 비인간화인 것이다.
최근 여당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었던 군 출신의 한 소장 국방과학자가 오래전 사적인 일로 사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진원지가 된 가로세로연구소 모 변호사는 그 자신이 결코 사생활 논란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신상까지 털어가며 논란을 키웠다. 그 후안무치함과 비인간성에는 치가 떨린다.
언론의 폭력적 행태와 대중의 비난 앞에 그녀는 군 생활 중 당했던 성폭행으로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폐쇄적인 군 내부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해 외부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당시의 사정을 밝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는 현실을 절절히 공감한다. 올해 들어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밝힌 후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사건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만 2건이다. 2017년에도 군대 내 성폭력을 견디다 못한 해군 여성 대위의 죽음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필자는 동료 여성들과 거리에서 피케팅을 했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상담과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조직에 알린 후 성폭력 피해여성이 겪는 무수한 2차 가해를 목격했다. 2018년 전국적인 '미투'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서지현 검사도 사건이 일어난 후 10년이 지나서야 성폭력 피해를 밝힐 수 있었다. 아내로서의 삶, 아이들 엄마로서의 삶을 넘어서 자신의 사회적 삶을 개척하기 위해 발버둥치며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 온 그녀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J교수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는 문제를 두고 어린 아들과 뜻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는 기사를 보며 그 성숙함에 필자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강제로 드러내게 한 우리 사회가 J교수에게 사과해야 한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성윤리는 변화해야 한다. 그녀는 피해자의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에게 온 생명을 홀로 지켜 낸 진정한 생존자다.
차우미(생명평화아시아 이사)
차우미 생명평화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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