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1228010003342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한 청년을 길러내는 도시

2021-12-29

프로필사진(문화산책_전이슬)
전이슬〈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와닿은 9주였다. 생후 한 달 남짓 된 아기를 안고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영남일보 '문화산책' 연재 제의를 받았다. 신생아를 돌보며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도움과 배려로 무사히 마지막 글을 맞이하게 됐다.

자라나는 아기를 보며 나의 성장 과정을 돌아봤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시민인 내 취미는 공연 보기였다. 여고 시절엔 친구와 시내 소극장에 가곤 했다. 그즈음 지역마다 '문화회관' 같은 공연장들이 생겨났고, 이들의 기획 공연 대부분은 무료였다.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가 열리는 여름에는 운이 좋으면 VIP 좌석이 당첨(!)되는 '만원의행복' 티켓을 사려고 동성로 부스에 길게 줄을 섰다.

대작·내한 뮤지컬들도 빼놓지 않고 대구투어를 왔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과외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티켓값을 벌어 공연을 봤다.

취업을 준비할 시기, 친구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지만, 나는 DIMF 홍보팀에 합류해 대구에 남았다. 이제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내게 "서울로 오면 좋을 텐데"라고 했지만, 나는 "이곳에 내가 좋아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답했다.

돌아보니 당연하다고 누리며 살았던 것들이 큰 특권이었다. 대구에서는 매년 커다란 뮤지컬 축제가 열리고, 콘서트하우스와 오페라 전용 극장이 있고,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멋진 타이틀까지 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 덕분에 공연과 관련된 꿈을 키울 수도, 이곳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다. 도시의 문화가 한 청년을 길러낸 것이다.

공연장을 드나들던 소녀가 자라 다음 세대를 키운다. 이제 전국의 젊은이들이 최고의 뮤지컬 아카데미를 찾아 대구로, DIMF로 유학을 온다. 봄이면 미래 뮤지컬스타를 찾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려고 무대 분장을 한 아이들이 삼성창조캠퍼스를 돌아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짧게나마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를 기르는 데에는 온 가족이 필요하고, 나의 성장을 돌아보니 한 청년을 키우는 데에는 온 도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지금도 대구 어딘가엔 누군가가 어린 시절의 나와 같은 혜택을 입으며 자라고 있을 것이다. 옆에서 곤히 잠든 아기와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어떤 멋진 뮤지컬극장에 함께 다닐 날을 즐겁게 꿈꿔본다.
전이슬〈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기자 이미지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