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소재 전환 속도내는 대구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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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현 〈주〉보광아이엔티 연구소장이 재활용 원사를 이용해 생산한 군용 내의와 간호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2025년 리사이클 섬유 전면 사용"
글로벌 의류 브랜드 변화 발맞춰
재활용 원사 직물·제품 생산 등
지역 업체 다양한 체질개선 시도
대구시도 생태계 조성 지원 강화
섬개硏에 재활용 방사 설비 구축
친환경 섬유 보급 기업체 늘리고
고순도 재생원료 국내 조달 추진
◆재활용 소재로 '성능'과 '기능성' 동시에 잡은 보광아이엔티
대구 서구에 위치한 의료·국방 직물기업 <주>보광아이엔티는 재활용 원사로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별도로 갖췄다. 병원·군대 등 비교적 탄탄한 납품처를 보유했지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생산 공정을 손 본 것이다. 지난 6일 방문한 보광아이엔티 연구소에는 재활용 원사를 사용해 제작한 간호복과 진료복, 국방 내의 등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었다. 생산 의류가 주로 방역 활동에 쓰인다는 점을 겨냥해 기존 항균성과 별도로 항바이러스(H1N1·신종 플루)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조호현 보광아이엔티 연구소장은 "기존 화섬직물과 재활용직물을 비교하면 성능은 거의 동일하나 시장 가치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재활용 섬유로 직물을 생산하면 녹색기술인증에 따라 조달청 마스(MASS) 계약 체결 시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수출에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광아이엔티는 해당 직물로 제작한 방호복에 대한 미국 FDA 승인을 준비 중이다. 인증 획득에 성공하면 현재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수출 규모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광아이엔티의 이 같은 성과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재활용 방사 설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섬개연 본원 뒤쪽에 위치한 친환경소재개발센터에는 현재 하루 1만t 분량의 재활용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 방사시설을 갖추고 있다. 앞서 섬개연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중소기업 공동수요기술개발사업 선정에 따라 2020년부터 '글로벌 위기 대응 친환경 휴먼케어 섬유소재 및 제품 공동기술개발사업'과 'PET리사이클링 제품화 공정 기술개발사업'을 복수 진행하며 지역 섬유기업의 체질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업 절차에 맞춰 보광아이엔티·코레쉬텍 등 사업 초기 참여 기업의 성과를 분석했고 올해부터 지역 중소기업으로 재활용 섬유 보급을 확대하는 중이다.
◆대구경북 섬유업체, 리사이클 섬유 대처 '물음표'
지역 섬유기업의 리사이클 섬유 보급·확산은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에서 발 벗고 나선다.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대경직물조합은 지역 섬유인들의 인색 개선을 위한 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해 단계적 보급 확대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대구경북 섬유기업들은 국제 그린 섬유 트렌드를 쫓아가기 버거운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대구경북 직물업체 11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용역조사에 따르면 지역 섬유기업은 시대적 변화에 비교적 더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개연이 지난해 발간한 '친환경 휴먼케어 섬유소재 및 제품 실태조사 보고서(2021년 9월30일)'를 살펴보면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임가공 형태의 단순 생산(70.1%)에 안주하는 비율이 높으며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23.9%)에도 인색한 경향을 보였다.
업종별 운영 형태는 여성용 의류 중심의 폴리에스테르직물 제직업체가 48.7%로 가장 많았고, 교직물 의류 및 생활·패션 업체가 23.1%, 나일론 아웃도어 의류업체는 14.5%로 나타났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및 보건용 관련 안정성 업체는 13.7%로 저조했다. 개발 환경 분야에선 대상 기업의 35.9%가 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 보유기업은 21.4%로 저조했다. 이외에도 직물 기업 10곳 중 4곳은 기술 교류(39.3%), 홈페이지 운영(35.9%)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학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상무이사는 "과거에 비해 섬유업계 내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땐 상대적으로 더뎌 보일 수 있다"며 "지역섬유기업 대표들이 직면한 재생 섬유 트렌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단계적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리사이클 섬유 생태계 조성에 '속도'
섬유업계 안팎에선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가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리사이클 섬유 시장은 연평균 9.2%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2025년까지 해당 섬유의 사용 비중을 70~10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구경북에서도 친환경 그린섬유 섬유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지역균형뉴딜우수사업 공모에서 '페트병 재활용 그린섬유 플랫폼 조성사업'을 획득하며 그린섬유도시로 확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먼저 30억원을 투자해 폐페트병을 주원료로 장(長)섬유 생산이 가능한 신형방사설비를 올해 말까지 섬개연 본원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독일의 설비기업과 발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수입 의존 비중이 높은 폐페트병 칩을 대구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설비 역시 도입했다. 섬개연 친환경소재개발센터 2층에는 폐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섬유용 칩으로 제조하는 '폐페트병 리사이클 폴리머 제조시스템'(14억원)이 이달 구축해 다음 달 시운행에 착수한다. 이외에도 대구시는 그린섬유 사업의 핵심이 고순도 재생원료 확보에 있는 만큼 기초단체 및 수거업체와의 연계 협력을 통해 폐자원 순환경제체계를 구상하고 , 섬유전문 연구소를 중심으로 제조기반을 구축해 지역 그린섬유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생산한 리사이클 섬유는 <주>할리케이 등 지역 패션 브랜드에 우선 보급해 친환경 의류 제품 출시에 기여할 방침이다.
복진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 직무대리는 "폐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친환경 섬유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 섬유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에 대응하는 항바이러스 기능을 리사이클 섬유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리사이클 섬유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지역 기업의 리사이클 섬유에 대한 용도 확대와 기술력 향상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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