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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
내가 어릴 때는 가정집 담장으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길을 걸어가던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을 피아노 학원으로 걸음을 옮기게도 했다.
나 또한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를 듣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겨 부모님께 떼를 쓰니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내 녀석이 피아노는 배워서 어디에 쓰겠느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만류했지만, 피아노 소리에 이미 마음을 뺏긴 다음이라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달을 기다린 끝에 "그럼 취미로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나중에는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그때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방송 아니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악기 소리가 한밤중이 아니면 양해가 되었던 시절이었다.
최근 어느 토요일 한낮에 나는 집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20분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주민들이 "피아노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던 연주를 바로 중지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음악을 연주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고 중요한 일을 방해했을 수도 있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의 음악은 이제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젠 소음을 줄이는 것이 이웃에 대한 배려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나 음악은 장르와 취향에 따라서 즐거운 음악(音樂)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소음(騷音·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은 소음과 마주한다. 소음은 우리 삶의 부수음악처럼 늘 함께 있지만 불규칙함과 시끄러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20세기 현대음악의 발전은 결국 불협화음이라는 소음으로부터 진화돼 왔으며 대표적으로 존 케이지의 작품 '4분 33초'는 객석에 앉은 관객들이 계획되지 않은 무질서 속에서 만들어 내는 소음에 대한 퍼포먼스다. 작품 영상을 볼 때마다 음악이 아닌 '소음의 존재와 가치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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