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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귀촌 12년째…60대 언니들의 유쾌한 나눔

2022-03-09
[동네뉴스] 귀촌 12년째…60대 언니들의 유쾌한 나눔
지난 18일 경북 석적읍 도개2리 비래골 한 주택 마당에서 신성해씨(오른쪽)와 구귀련씨가 지인들에게 나눠 줄 장을 담그고 있다.
[동네뉴스] 귀촌 12년째…60대 언니들의 유쾌한 나눔
신성해씨와 구귀련씨가 정성스레 담근 장. 메주와 마른고추, 숯, 대추, 통깨 들이 보인다.
[동네뉴스] 귀촌 12년째…60대 언니들의 유쾌한 나눔
코로나 발생 첫해인 2020년 확진자 전담병원의 간호사들에게 나눠 줄 감주를 병에 담고 있는 신성해씨와 구귀련씨.

 

"장 담그는 게 뭣이 일입니꺼. 시골이라 볕 좋고 물 좋아 좋은 메주로 담그니 장맛이 절로 납니다."


지난 18일 경북 칠곡 석적읍 도개2리 비래골 한 주택 마당. 신성해(65·여)씨와 구귀련(68·여)씨가 장을 담그느라 부산했다. 메주를 씻고 소금을 녹인다. 미리 씻어 놓은 단지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의 농도를 맞춘 후 붓는다. 마지막으로 마른 고추와 숯, 대추와 통깨를 넣는다. 모두 여섯 집이 1년 동안 먹을 양의 된장이다. 신씨와 구씨는 5년 전부터 지인을 위해 장을 담가 주고 있다.

신씨 남편과 구씨 남편은 고향 친구 간이다. 두 쌍의 부부는 12년 전 이곳으로 귀촌했다. 경찰공무원이었던 최상명(70)씨의 아내로 빠듯한 살림살이를 잘 견뎌낸 후 지금은 가장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다는 구씨와 젊은 날 실패와 역경을 이겨내고 이제는 안정적인 사업을 하는 배용수(70)씨와 귀촌해서 욕심 없이 살고 있다는 신씨. 두 사람은 그 어떤 것보다 건강이 제일이라며 사람이 모인 자리에는 어디든 밥을 해서 나누고 있다.

"밥은 정입니다. 누구든 밥 한 끼 같이 먹으마 정이 생기는 거지요. 코로나가 얼른 없어져야 밥을 해서 나눠 먹을 낀데 세상이 어째 이런지요."


신씨가 아쉽다는 듯 툭 내뱉었다. 사실 두 사람은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금요일마다 마을 어르신에게 밥상을 차려 주었다. 이 나눔정신을 높이 평가한 칠곡군은 2018년 이들에게 봉사상을 수여했다. 코로나 발생 첫 해엔 확진자 전담병원이었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대구 북구 학정로)과 칠곡경북대병원(대구 북구 호국로) 간호사에게 직접 만든 감주 200병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씨와 구씨는 자연스레 단짝처럼 다닌다. 장을 보러 가거나 병원을 갈 때도 같이 다닌다. 남편만큼 많은시간을 함께 보내는 편이다.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대구에서 취미로 도예를 한다. 공방 가는 날이면 소쿠리 가득 밥을 해서 들고 나선다. 오곡밥에 묵은 나물, 찹쌀수제비, 고등어시래기조림 등 엄마의 밥상이다. 계절마다 텃밭에서 가꾼 제철 채소를 나누고 김장철이면 김치를 나눈다. 신씨와 구씨의 밥을 먹은 이들은 한결같이 친정 엄마의 밥을 먹은 듯 푸근하다고 한다.

"얼매나 좋습니까. 퍼내는 것이 취미활동인데요 뭐. 즐거운 삶을 살고 있으니 좋지요."(구씨의 남편 최상명씨)
"장 한 단지 더 담으소. 그걸로 (나눔이) 되겠는가."(신씨의 남편 배용수씨)
부창부수 아니랄까봐 남편들도 아내의 후덕함을 자랑스러워한다.

장을 담그기 위해 올해로 3년째 이들을 찾고 있는 한현숙(58·대구 북구 구암동)씨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이전엔 장맛이 없었다. 우연히 언니들을 알게 돼 이곳에서 장을 담그고부터는 된장의 참맛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장을 담근 후 신씨가 "올해도 쑥떡 하는교"라고 묻자 구씨가 "해야 안되는교"라 답한다. 봄이 오면 쑥을 뜯어 떡을 해서 나눌 생각에 들뜬 두 사람. 지인들이 이들을 '화수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당에 1년 먹을 장이 들어 있는 단지가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조경희시민기자 ilikel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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