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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와 사자의 불편한 사랑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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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KT대구경북본부ESG추진팀장)

'이미 그대는 행복합니다'라는 박해조 작가의 에세이 집에 보면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소와 사자가 있었는데 둘은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항상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한다. 소는 사자를 위해 날마다 제일 맛있는 풀을 대접했고, 사자는 싫었지만 사랑하는 소를 위해 참고 먹는다. 사자도 매일 소를 위해 가장 연하고 맛있는 살코기를 대접했고, 고기를 먹지 못하는 소도 괴로웠지만 참고 먹는다. 하지만 참을성은 한계에 다다랐고 둘은 마주앉아 이야기하지만 크게 다투고 끝내 헤어지고 만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한 말은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다"라는 줄거리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최선은 최악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IT서포터스로 활동할 때 여러 나라에서 보내오는 원조품을 보면서 '상대를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선진국에서 보내는 원조 컴퓨터나 태블릿PC는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에 불편이 따랐고, 고장이 나도 고칠 만한 기술력이 없기에 창고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는 폐기하기도 어려운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선진국에서 공들여 보낸 연필도 연필깎이나 학습용칼을 구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저개발국가를 도울 목적이라면 최신 기술이 아닌 '적정기술'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다. '적정기술'이란 한 공동체의 문화·정치·환경적인 면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면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생명 빨대)'와 'Q드럼' 같은 것이다.

라이프 스트로는 목에 거는 작은 크기의 간이 정수기다. 물에 대고 입으로 마시면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시는 저개발 국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단순 기술 제품인 것이다. Q드럼은 식수를 운반하는 장치다. 먹을 물을 길러 매일 5~10㎞를 걸어 가야만 하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고안된 장치다. 식수를 담아 손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통을 큐(Q)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식수를 담은 둥근 통을 굴리면서 이동하면 마찰이 적어 아이들도 힘들지 않게 많은 양의 물을 옮길 수 있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세련된 제품이 아니라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현지 인력으로 A/S가 가능한 제품을 주는 게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상대에게 필요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김미화 (KT대구경북본부ESG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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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KT대구경북본부ESG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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