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관련 이야기 모은 에세이집
이경숙 대구 수 박물관장. |
"자수는 단순한 바느질이 아닙니다. 바늘과 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수이기도 하지만 민화·불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이미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예술 장르인 동시에 민중의 역사를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에세이집 '검은 머리 풀어 수를 놓다' 표지. <영남일보DB> |
자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은 에세이집 '검은 머리 풀어 수를 놓다-이경숙 관장의 실과 바늘이야기'를 펴낸 이경숙(59) 박물관 수 관장은 수많은 자수 유물을 모으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풀어냈다. 책은 전통 자수에 대한 예찬과 현대적 해석을 담은 영남일보 칼럼 '이경숙의 실과 바늘 이야기'에서 39편을 갈무리한 것이다.
이 관장이 자수를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동양화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 그림을 그리기 위한 소재로 자수를 처음 만났다. 자수에서 아름다운 전통색을 발견했다. 한국 전통 색상인 오방색(五方色)의 미학적 극치를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자수에 담긴 옛 여인들의 마음과 생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수를 자주 보다 보니 자연히 한국적 정체성을 담은 그릇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손바닥 한 뼘만 한 베갯모 안에 가족에 대한 모든 기원을 담아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란 어머니들의 기도를 읽었다. 우리의 질곡 있는 역사도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2010년 그동안 모은 자수를 보여줄 박물관 수를 설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수와 전통문화 보급에 앞장서는 등 시대와 소통하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책에는 자수와 관련한 이 관장의 다양한 추억담, 자수에 대한 가치 분석 등이 담겨 있다. 곤히 잠든 자식의 머리맡에서 새긴 베개 꽃수부터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을 위로한 무궁화 지도수, 현대공예품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은 강릉자수보, 박물관에서 바느질 체험활동을 하면서 전통의 맛을 음미하고 삶의 위로를 얻는 시민들의 이야기 등을 엮었다.
칼럼을 굳이 책으로 펴낸 이유에 대해 이 관장은 바느질로도 천 개의 꽃을 피워낸 어머니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수 박물관 운영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박물관에서 자수 유물을 감상하고 바느질을 직접 해봄으로써 박물관을 '전통문화교육1번지'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과 소장품을 수집·보전하고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이 전통의 의미를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있다.
이 관장은 "전통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은 사소한 유물 속에 깃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며 "이 책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공감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경북대 미술학과를 거쳐 동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학위와 경주대 대학원 문화재학과 석사학위, 대구대 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대구시박물관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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