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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광훈〈소설가〉 |
내 문학에도 첫사랑이 있다면 그분은 바로 이외수 선생이다. 특히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소설 '들개'는 최고였다. 그럴 만한 나이였다. 난 '꿈꾸는 식물'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 '정희'란 사실 하나만으로 '정희'란 이름을 가진 여학생과의 연애를 꿈꿨고, '자살'이란 단어를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 선생의 말씀에 탄성을 자아냈으며, 춘천교대 중퇴인 선생의 학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4년간 대구교대 중퇴를 꿈꿨다.
1999년 나의 첫 장편소설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을 때 난 주저없이 춘천에 있는 선생의 자택으로 책 한 권을 보냈다. 답장을 바란 것도, 짤막한 인사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당신 소설에 영향을 받은 한 무명소설가가 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선생께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닷새 뒤 답장이 왔다. "우형, 1997년 신춘문예에서 제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던 소설은 '유쾌한 바나나씨의 하루'뿐이었습니다"로 시작해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오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쌍수를 높이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로 끝을 맺는 장문의 편지였다. 난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물론 난 곧장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고, 이후 선생은 우리 가족의 영원한 '싸부님'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선생은 현재 춘천에서 투병 중이다.
tvN에서 방영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105화)이란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사람으로 김석윤 PD를 꼽았다. 9년간의 긴 무명시절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자신을 버라이어티 쪽으로 처음 이끌어 준 사람. 그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그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신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이외수 선생은 나에게 김석원 PD와도 같은 사람이다. 소설가란 불확실한 꿈을 위태롭게 키워나가고 있을 때, 나의 가능성을 알아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 그런 선생의 격려와 칭찬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그래서 감히 여러분께 물어본다. 당신을 꾸준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지금 당신 곁에 있습니까? 그 사람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우광훈〈소설가〉
우광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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