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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교과서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선별된 시 작품들은 감상적인 측면에서 대체로 어떤 경향성을 보이는 듯이 느껴졌다. 그건 아마 아름다움, 사랑, 감동, 따뜻한 울림과 같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란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이며, 마땅히 그러해야만 한다고 여기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그 편견을 최초로 뒤흔든 건 아마도 시인 이상의 시였을 것이다. 이상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거나 숫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호를 동원하고, 특별한 의미를 담아 시행을 배치하는 등 매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시를 구성했다. 나는 독특한 의식 세계가 묻어나는 그만의 초현실주의 시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상의 시는 정말이지 이상해서 좋다고. 그의 시를 접하면서 나는 비로소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시가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와 좋아하게 된 시인 중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이 몇 명 있다. '저주받은 시인'이라고 불리는 샤를 보들레르는 방종한 삶을 살았지만 늘 끝없는 빈곤과 불행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다. 그가 남긴 시들 또한 음울한 도시 풍경에서 길어 올린 온갖 추악하고 퇴폐적이며 불안정한 시어로 시커멓게 점철되어 있다. 그전까지는 아름다운 시의 세계에 초대받지 못했던 날것 그대로의 방탕한 욕망과 어두운 세계의 단면들이, 그의 시 속에서는 '감히'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나는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었다. 시들은 마치 악에 받쳐 혼자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영겁의 울음소리와도 같이 느껴졌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오고, '영원한 루머' 같은 삶이 지속되지만, 결국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나'와 '너'들. 사실 시든 인생이든, 우리의 기대보다는 별로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름다움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상하고 어둡고 아름답지 않은 시들. 사람들이 이런 시들의 매력을 더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교과서에서 본격적인 텍스트로 다루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고 해도, 낯설고 거친 시도로 가득한 이 시들 또한 분명 한 시대의 깊은 슬픔들을 고백하는 시인들의 뜨거운 목소리임이 틀림없으므로.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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