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총무팀 환경안전 파트 근로자 이원규씨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취업햇지만 규정상 수급권 박탈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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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총무팀 환경안전 파트에서 근무 중인 뇌병변 2급 장애인 이원규. |
"장애인에게도 꿈꿀 기회와 미래를 일굴 기회를 주세요."
대구가톨릭대병원 총무팀 환경안전 파트에서 근무 중인 이원규(35)씨는 뇌병변 2급 장애인이다. 어릴 적부터 병원을 들락거릴 만큼 잔병치레도 많았지만 학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 계명문화대 사회복지상담과를 졸업한 이씨는 내친 김에 복지 계열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대구한의대에서 노인복지학까지 전공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신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알맞은 일자리가 하나 생겼는데 생각 있느냐는 것이었다. 감사하고 기뻤지만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고정 수입이 발생하면 그동안 받아 오던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주변의 조언을 받은 끝에 그는 결심했다.
'그래, 어디 한번 정직하게 일해서 돈 한번 벌어보자!'
그렇게 이력서를 들고 달려간 곳이 바로 지금 근무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다. 이후 채용 절차를 거쳐 총무팀 환경안전 파트에 발령받았다. 병원 내 시설관리와 소방안전 업무를 보는 곳이다.
어렸을 때 이씨에게 병원이란 이미지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병원 직원이 된 후 이씨의 눈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드리는 분이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라면 우리처럼 뒤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를 더 성심껏 진료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발구르는 오리발 같아요.'
이씨는 입사 초기 힘든 날을 보냈다.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한 이씨는 당시 우주복 같이 생긴 방호복을 입고 일하던 중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를 목격한 상사가 '심정지 아니냐'며 많이 걱정했는데 간호사가 "기다리면 깨어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최근 이씨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구청으로부터 "곧 수급권을 상실할 것"이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올 게 온 것이다. 병원을 그만두게 되면 재신청하면 되겠지만 근심이 가신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절차가 복잡한 데다 신청한다 해도 다시 선정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취직하고 얼마간은 유예를 줘야지요. 지금 같은 시대에 갑자기 수급권자에서 빠지면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고요. 장애인도 긴 안목을 갖고 원대하게 미래를 그리며 멋지게 살아갈 권리가 있잖아요."
이씨의 외침에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배 있었다. 고용불안이 일상인 시대에서 아주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연금 등 수급비 때문에 자신이 갈고 닦은 꿈을 펴지 못하고 가슴 속에서만 품고 있는 장애인이 많다.
그렇지만 '병원 직원' 이원규씨는 늘 긍정적인 사람이다. 최현재 총무팀 환경안전 파트장은 그런 이씨에 대해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씨는 "엄마에게 돈 많이 벌어 드리기가 꿈"이라고 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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