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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서양화 속에 숨어있는 규칙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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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유럽 여행을 하다가 한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 루브르 미술관이다. 루브르 미술관에는 넘쳐나는 관람객 수만큼 볼 수 있는 것이 엄청난 양의 서양화이다. 그곳에 걸려있는 인물화들을 보면 맑고 또렷한 눈동자와 다양한 표정,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색감, 옷감의 재질과 구김 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화가들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선 하나를 그어놓고 온갖 개념을 늘어놓아 짐짓 관람자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드는 일련의 현대미술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우리가 학교 혹은 사회 교육에서 주로 접하는 '서양 미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보다 폴 세잔과 같은 인상주의 이후의 근대미술에 대부분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근대미술은 그저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 일반적인 감상법이다. 하지만 인상주의 이전의 서양화는 '생각하면서 보는 그림' 혹은 '읽는 그림'이었다. 그림 속에 숨어있는 어떠한 규칙을 찾아냄으로써 화가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고, 교양있는 문화인이 되기 위한 당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가령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에서 모피 코트를 걸치고, 공작새를 데리고 있는 여인이 보인다면 그녀는 헤라이다. 반면 전쟁의 여신이라고도 불리는 아테네는 보통 투구와 갑옷을 입은 상태로 묘사되며 종종 메두사의 머리로 장식된 방패가 함께 등장한다.

기독교가 사회를 지배했던 시대에는 그만큼 종교와 관련된 작품이 무수히 제작됐는데, 12사도와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상징물이 많은 화가들의 손에 전이됐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베드로, 두루마리 책과 뱀이 있는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은 요한, 돈주머니와 뿔로 만든 잉크병이 함께 표현된 사람은 마태라고 보면 된다. 빨간색 혹은 파란색의 옷을 입고 주변에 백합과 붓꽃이 그려진 여인은 성모 마리아를 나타낸다.

심지어 오감을 의인화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규칙도 있다. 사람의 귀, 하프, 사슴, 악기를 타는 사람 등은 '청각'을 상징하고, 사람의 눈, 거울, 매, 산고양이,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남자는 '시각'을 의미한다. '후각'은 사람의 코, 꽃, 담배 파이프를 문 남자로 표현하고, '촉각'은 사람의 피부, 유니콘, 멧돼지, 고슴도치, 여자의 허리를 감고 있는 남자로 그려졌다.

이런 규칙들을 누가 가장 먼저 만들어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름의 논리도 엿보이면서 직관적으로 수긍이 가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화가들의 창작 세계는 참 오묘하고 기발한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고 다시 자유롭게 유럽 미술관들을 방문할 수 있다면, 서양화 속의 규칙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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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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