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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수행평가로 시 한 편을 외워 암송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를 선택해 외웠었다. 그 시를 골랐던 건 지극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이유에서였다. 힘들었던 당시의 내게 그 시가 알 수 없는 깊은 울림과 위로를 주었기 때문에.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라는 구절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뜨겁게 북받쳐 오르는 것만 같다.
시가 가진 큰 힘 중 하나는 역시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우리는 종종 잔잔한 위로를 얻고 싶을 때, 희망을 구하고 싶을 때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 뒤적여보곤 한다. 시의 언어는 마법과도 같아서 마음에 팬 생채기 위로 눈부시게 쌓이고,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픔을 활자와 함께 씻어 내린다.
심적으로 힘들고 위로가 필요할 때 한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시인들의 시들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먼저 이해인 시인의 시는 삶에 대한 따스한 희망과 순수한 용기로 가득 차 있다. 시 '어떤 결심'은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라는 가볍지 않은 구절로 시작한다. 마지막 연에 가서 화자는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풀꽃 시인'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쉽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많이 썼다. 시 '혼자서'에는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 속의 '너'를 외롭게 각자의 삶의 풍랑을 헤쳐 나가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 시는 일종의 희망가이자 우리 개개인에 대한 따뜻한 응원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읽고 나서 마음이 뭉클해졌던 시 '행복 2'의 전문을 여기에 옮겨 소개해보고자 한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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