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그림은 마르셀 뒤샹을 시작으로 앤디 워홀, 페르난도 보테로, 살바도르 달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장들의 패러디(parody)나 오마주(hommage)까지 이끌어내며 끊임없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지금도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가면 많은 관람객들이 방탄 유리 액자에 싸여있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2층 드농관의 한 방에 우르르 모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1917년 미국 독립작가협회가 주최하는 한 전시회에 출품하며 현대미술계에 큰 논란을 일으킨 작가다. 또 그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품에 '레디 메이드'라는 개념을 정립해 미술 용어로 자리 잡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필자에게 뒤샹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중 한 명이 됐다.
뒤샹은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L.H.O.O.Q'였다. 뒤샹은 16세기 초에 제작돼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나리자'를 자신의 실험적 작업 전면에 내세우며 1919년 당시 미술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L.H.O.O.Q'는 모나리자의 그림이 인쇄된 작은 엽서에 장난스럽게 콧수염을 그려 넣고, 그 아래에 L.H.O.O.Q라는 글자를 쓴 아주 작은 작품이다. 여기에서 L.H.O.O.Q란 다소 성적인 의미의 내용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글자들을 프랑스식 알파벳 발음으로 읽으면 'Elle a chaud au cul(뜻: 그녀의 엉덩이는 뜨겁다)'이라는 프랑스어 문장을 빠르게 읽은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작품이 신랄한 유머와 풍자로 기존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뒤샹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산업화로 경제적 성장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은 유럽이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관념과 정형화된 규칙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 뒤샹과 같은 인물이 등장했을 때 미술계의 기득권 세력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뒤샹은 'L.H.O.O.Q' 이후 '수염을 깎은 여자'라는 제목으로 콧수염을 지운 모나리자를 다시 소개하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소위 명작들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와 열광에 천재적인 재치로 일침을 가한 마르셀 뒤샹. 뒤샹처럼 대범한 생각의 전환을 꿈꾸며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시작해 본다.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