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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좁은 人道 대신 車道로…저상버스 리프트 작동 안 돼 버스 떠나보내기도

2022-04-19 17:50

[휠체어탑승 장애인 이준희씨 대중교통 이용 동행]
도시철도 환승 위해 엘리베이터 수차례 오르내리고
우여곡절 끝에 2호선 탑승하니 휠체어공간은 '짐칸'
리프트 조작 미숙한 저상버스 운전기사 연신 "죄송"
대구시 "고장일 확률 매우 적어…교육 등 개선 노력"

지난해 말 기준 대구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12만5천485명이다. 이 중 심한 장애(기존 장애등급 1~3급)가 있는 사람은 4만6천994명으로 37.4%다. 가장 최근인 2016년 작성된 대구 8개 구·군의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는 10점 만점 기준 5.6점이었다. 불만족스럽다는 응답 중 38.5%는 '대중교통 수단이 불편해서'라고, 30.8%는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뇌병변 장애인 이준희(36·대구 북구)씨 역시 대중교통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시철도를 타려면 수 차례 엘리베이터에 올라야 하고, 버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탑승이 어렵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지난 18일 이씨의 대중교통 이용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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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양보하는 사람들이 있나는 기자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마스크로 가려진 이씨의 얼굴은 머쓱해하는 저 캐릭터와 같지 않을까.
◆전동휠체어 길 '좁거나 위험하거나'
이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다. 먼 곳은 주로 도시철도를 이용한다. 우선 이씨의 집에서 대구도시철도 3호선 태전역으로 가는 길에 동행하기로 했다. 이씨는 아파트 상가를 지나 차도와 인도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골목을 택했다. 인도로는 직진만 하면 되지만 이씨가 많이 돌아가야 하는 골목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인도는 턱이 많고 봉으로 세워진 표지판과 전봇대 탓에 전동휠체어가 편히 다니기엔 충분히 넓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재진이 가볍게 뛰어야 할 정도로 빠르게 전동휠체어를 조작했다. 마주 오는 자동차와 뒤따르는 자동차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 골목을 다니는 차는 많지 않았다.

태전역에서는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2층으로, 다시 옆 엘리베이터로 갈아타 3층으로 갔다. 1차 목적지는 2호선 환승역인 청라언덕역. 이씨는 기자에게 태블릿PC의 메모장을 통해 "ㅋㅋ엘리베이터를 여러 번 타야 해서 짜증 나실 거예요"라고 했다. 이씨는 청라언덕역 3층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3층에서 2층, 2층에서 지하 3층, 지하 3층에서 지하 4층으로 이동했다. 환승 한 번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휠체어에 양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양보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씨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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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 2호선 내 휠체어 사용자 지정공간이 여행객들의 짐으로 가득차 있다.
청라언덕역에서 2호선 휠체어 탑승칸에 탔다. 하지만 휠체어탑승칸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에는 이미 여행객들의 짐으로 가득했다. 이씨가 탑승하자 캐리어 주인이 다가왔으나, 치우지 않고 캐리어 옆에 서 내릴 준비만 할 뿐이었다.

◆예약해도 '쌩'…도착해도 탈 수 없는 '저상버스'
이씨는 "도시철도는 대체로 잘 돼 있는 편이다. 버스는 정말 답답하다"라고 지적했다. 중구 약령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이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집으로 향하는 저상버스를 예약했다. 버스는 오는 시간이 대략 정해져 있으니, '예약'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버스 기사가 경사로를 내릴 준비를 하도록 하는 일종의 알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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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가 내린 경사로와 인도의 거리가 멀어 뇌병변 장애인 이준희씨의 전동휠체어가 턱어 걸려 있다. 이씨는 끝내 이 버스에 타지 못하고 취재진의 도움을 다시 인도로 올라왔다.
이씨가 탈 저상시내버스가 도착했고, 기사는 경사로 리프트를 작동시키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경사로가 내려왔다. 하지만 인도에 충분히 가까이 대지 못 해 인도와 차도 사이 턱에 이씨의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걸리고 말았다. 뒷바퀴는 헛돌았다. 이씨는 동행한 기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인도로 올라왔다. 버스 기사는 경사로를 인도에 완전히 올리기 위해 경사로를 집어넣었다가 버스를 다시 인도 가까이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번엔 경사로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버스 기사는 "기계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정말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고, 버스를 몰고 떠났다. 이씨는 다음 버스를 예약해야만 했다.

이씨는 "이런 일은 다반사다. 자연히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게다가 버스 여러 대가 꼬리를 물고 정류장으로 오는 약령시와 약령시 건너편 정류장에서는 예약을 해도 기사가 이씨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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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이준희씨가 예약한 저상 시내버스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다음 버스가 천천히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이씨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버스는 부드럽게 인도 옆으로 다가왔고 경사로를 내렸다. 기사가 내려 제대로 작동됐는지, 이씨가 잘 오르는지 확인했다. 버스에 오른 이씨에게 고정 시킬 장치가 필요하냐고 묻은 뒤 버스를 출발시켰다.
전동휠체어를 탄 이씨의 손 높이에 하차 버저가 있었다. 이 버저의 소리는 일반 버저보다 소리가 길어 버스 기사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드리콜'(교통약자 전용 교통 수단)을 늘리는 것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이씨는 "요즘 SUV 택시가 많은데 여기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이 더 좋을것"이라고 했다.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나드리콜 대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택시에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자는 의미이다. 이씨는 "나드리콜은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을 나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 시내버스 121개 노선 중 101개 노선이 저상버스를 운영한다. 3월31일 기준 대구에서 운영하는 시내버스 1천561대 중 608대가 저상버스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사로를 포함해 모든 버스를 1년에 2차례 점검을 한다.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버스 기사의 작동 미숙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여 나가면서 저상버스를 처음 접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조작 미숙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공문을 보내는 등 개선과 보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영상=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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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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