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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한국은행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하다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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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주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올렸다. 기준금리는 경제위기가 닥치자 1.25%에서 인하되기 시작해 사상 최저치인 0.5%에 15개월간 머물러 있었다. 한국은행이 정책을 선회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였다. 더디게나마 실물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올해 연말까지 금리인상이 몇 차례 더 있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정말로 물가가 잡힐 거냐다.

지금 물가상승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공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생산비용이 오른 탓이다. 나라마다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의 회복 속도가 다르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쳤다. 러시아는 세계 가스 1위, 석유 2위, 석탄 3위다. 두 나라 모두 국제 곡물시장의 주요 공급자다. 전쟁은 에너지, 원자재, 곡물의 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뭘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거나 글로벌 공급망을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금리를 올려도 기름값 채솟값 뛰는 것 못 막는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으로 민간의 물가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눈앞에서 기름값 채솟값이 뛰는데도 그럴 수 있을까?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전달경로가 명확지 않으며 아직 가설에 가깝다. 실증적 증거도 취약한 측면이 있다. 노동의 임금교섭은 이미 물가가 오른 만큼은 보상받아야겠다는 성격이 더 크며 그 결과도 노동과 자본의 협상력에 달려 있음을 함께 지적해두자. 오히려 물가 관리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가격통제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잠정 대안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다. 안 그러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환율이 올라 수입품이 비싸지므로 물가불안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정부가 환율 상승을 막아 나서면 외환보유고를 풀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다만 미국보다 한국의 이자율이 낮으면서도 전혀 문제가 안 되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수요가 늘어날수록 '외환스와프'라는 금융거래로 추가 이득을 보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 덕에 자본 유출이 제한된다. 더욱이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간에 우리 경제의 체력이 꾸준히 개선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미국 때문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국내 경제상황에 예전보다는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고 또 바람직하다.

작년 11월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티프 맥클렘은 중앙은행의 역할에는 불평등 완화가 포함된다고 천명했다. 금리인상은 물가를 잡자고 실업자를 늘리는 정책이다. 경제의 바른 회복을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를 정함에 있어 불평등과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지금보다 더 고려해야 옳다. 우리도 미국이나 뉴질랜드처럼 최대고용을 중앙은행 책무에 포함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편 가계부채는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 거래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바로잡고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으로 보완하는 방향이 좋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둔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 오늘 한국은행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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