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쯤, 망월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마른 가운데, 수성구청 직원 등이 올챙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
망월지 수문 개방으로 폐사한 두꺼비 올챙이들 대구 수성구청 제공 |
지주들과 지자체의 갈등이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시 수성구 망월지의 두꺼비 올챙이의 떼죽음을 불렀다.
25일 대구 수성구청 녹색환경과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망월지 일대 지주 등으로 구성된 수리계가 '수질 정화'를 이유로 수문을 개방하고 닫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망월지에 있던 두꺼비 올챙이 수백만 마리 중 상당수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저수지의 물이 빠지면서 수위가 낮아진 탓이다. 저수지가 점점 말라가면서 올챙이들이 폐사하기도 했고, 일부는 수초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해 말라 죽기도 했다.
구청은 17일쯤부터 망월지에서 물이 빠진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후 수리계에 잠가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리계는 며칠간 수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청은 지난 21일 물이 더 빠지면 집단 폐사가 발생하는 등 위험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실제 22일부터는 저수지에서 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오후 4시쯤 찾은 망월지 일대의 절반은 메말라 있었다.
25일 현재 구청은 양수기, 살수차 등을 동원해 망월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또 직원 등을 동원해 웅덩이 속에 갇힌 올챙이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며칠째 벌이고 있다.
이번 떼죽음 사태의 이면엔 망월지 수리계와 수성구청의 갈등이 있다. 망월지 수리계와 수성구청은 '개발권'과 자연보전을 위한 '생태공원 조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7개의 민사·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종료됐던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수리계는 수문을 개방한 이유에 대해 '수질 정화'를 내세웠지만, 수성구청은 수리계의 '불만의 표시'라고 보고 있다.
수성구청은 이번 사태가 망월지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사건을 들어 환경부에 역으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성구청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망월지는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서 가치가 높은 지역인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법도 없다"며 "이런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두꺼비 산란지가 사라질 형국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구청은 수리계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1920년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망월지는 농업용 저수지이자 전국 최대 규모(1만8천904㎡) 두꺼비 산란지다. 수성구청은 망월지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1일 환경부에 망월지 일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환경부 지정 생태·경관보전지역 중 '생태계 표본지역'으로 추진하는 국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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