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광역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가 점자형 공보물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지역사회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자신이 활약할 지역의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보는 자신의 약력과 공약을 담은 공보물을 지역 구성원 모두에게 보낸다. 이런 공보물 중에는 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공보물도 있다.
점자형 공보물은 시각장애인이 각 후보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점자형 공보물이 의무화된 것은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1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교육감 후보자는 점자형 공보물 제출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 개정법에도 맹점은 있다. 정작 지역 생활에 가장 밀접한 정치를 하는 광역·기초의원은 점자형 공보물 제출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후보자로 등록한 대구 지역 광역·기초의원 314명 중 점자형 공보물을 제출한 후보자는 138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공약을 보고 뽑아 달라'는 정치인들의 외침이 어쩌면 가장 필요로 한 곳에는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0.7%, 24만여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이 표 차를 두고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한 표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 짓는다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장애인을 떠나 우리나라 국민 25만여 명(2021년 12월 말 기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정치인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알아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은 지 2년, 세계가 자막의 벽을 넘어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대한민국 참정권이 점자의 점 높이 0.9mm의 장벽을 겨우 넘은 지 7년, 아직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참정권'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0.9mm의 장벽을 넘을 도움닫기를 좀 더 힘차게 해야 할 의무가,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
글·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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