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없는 이면도로 모두 대상...1주일 지나도 '몰라요'
보행자의 통행권이 우선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난 27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마주보는 차량을 피해 한 시민이 갓길로 비켜서 있다. 이자인기자 |
보행자가 우선 통행권을 갖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20일)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홍보 및 인식 부족 등으로 보행자의 우선 통행권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1주일이 지난 27일 오후 2시50분쯤 대구시 동구의 한 상가 골목.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 앞으로 10분 동안 택시를 포함한 차량 3대가 차를 피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렸다.
시민 한 명은 큰 캐리어를 끌고 지나갔으나 경적 소리를 듣고 재빨리 가장자리로 물러 났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이 골목에 빼곡히 들어서 있어 완전히 비키기에는 쉽지 않았다. 경적을 울리지 않은 차량들도 잠깐 속도를 줄이곤 곧바로 빠르게 골목을 빠져 나갔다.
보행자 우선 통행권의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 까지 보행자는 모든 이면도로에서 가장자리로 피해 걸어야 했지만,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20일부터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선 보행자가 도로의 모든 구역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 옆을 지날 때 안전거리를 둬야 한다. 또 보행자 통행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되면 서행하거나 정지해 보행자를 배려해야 한다. 만일 운전자가 이를 어기거나 경적을 울려 보행자 통행을 방해했다고 판단될 시 '위협 운전'으로 간주돼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 원, 어린이·노인보호구역 등에선 범칙금이 8만 원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들 조차 새롭게 바뀐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숙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동차로 출퇴근 하는 김모(42·대구 동구)씨는 "그런 법령이 있는 줄은 새까맣게 몰랐다. 나 또한 보행자이기도 하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법령의 취지는 좋은 거 같다"면서도 "이 사실을 아는 운전자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홍보가 제대로 된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시민 조모(26·대구 남구)씨도 "어제도 골목을 걷다가 '빵'하는 클락션 소리에 놀라 비켜섰다"며 "도로교통법이 바뀐 줄은 몰랐다. 늦었지만 보행자가 우선 되는 법이 개정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운전자들은 범칙금이 부과되는 새 법안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 최모(65·대구 동구)씨는 "그런 법안이 있다니 하니 온갖 도로를 매일 달려야 하는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럽다"며 "보행자가 우선돼야 하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경적만 울려도 4만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 주의하라는 의미에서 울리는 경적을 위협 운전으로 볼 수 있는 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무조건 경적을 울렸다고 '위협 운전'으로 볼 순 없다. 현장에서 판단해 차량이 경적을 울려 보행을 방해 했다면 단속이 될 수 있지만, 조심하라는 의미로 경적을 울렸다고 해서 무조건 범칙금 대상은 아니다"라며 "개정안의 내용을 알리는 플랜카드를 거는 등 홍보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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