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민의힘 경북도당 앞에서 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강덕 포항시장과 장욱현 영주시장, 김영만 군위군수를 사전 컷오프(공천 배제)하자 이를 항의하는 당원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대구는 현역 중 유일하게 컷오프된 배기철 동구청장과 3선 연임 제한으로 인해 물러나는 김문오 달성군수(무소속)를 제외하고는 모든 현직 단체장이 단수 추천을 받거나 경선에 진출했다.
중구에서는 류규하 구청장과 국민의당 출신의 권영현 후보가 맞붙게 됐다. 남구에선 조재구 구청장과 권오섭 예비후보, 서구는 류한국 구청장과 김진상 예비후보가 맞붙는다. 북구에선 배광식 구청장과 박병우 예비후보가 경합을 벌인다. 달서구에선 이태훈 구청장이 조홍철·안대국 예비후보와 3자 대결에 나선다. 배기철 구청장이 빠진 동구에선 우성진·윤석준·차수환 예비후보 간의 3파전이 확정됐다.
이같은 공천은 사실상 현직 단체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이 4년 동안 기초단체장 직을 수행하며 행정 홍보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책임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경선이 이뤄진다 해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건 이번에도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직 구청장과의 경선이 결정되자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달서구청장 후보 경선에 오른 안대국·조홍철 예비후보는 이태훈 구청장이 선관위에 고발된 사실을 지적하며 '경선 참여 불가론'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대구 수성구을)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홍심(洪心)'을 내세운 후보들의 낙마도 눈길을 끈다. 홍 의원은 시장 후보 선출 직후 배기철 구청장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우회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으나, 컷 오프 됐다. 홍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임형길 중구청장 예비후보도 홍 의원의 공약인 '두바이식 개발'을 자신의 공약에 차용하는 등 '홍심 마케팅'을 펼쳤지만, 경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직 단체장보다 지역민에게 매력적인 후보가 있다면 경선을 하더라도 도전자의 승리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현역 단체장이 사실상 4년간 선거운동을 해온 셈이라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공관위 차원의 파격 공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잡음 끊이지 않는 경북 지역 공천
경북에선 공천 후폭풍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천(私薦)이라는 비판과 함께 무소속 출마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공천 잡음은 이강덕 포항시장·장욱현 영주시장·김영만 군위군수에 대한 공천 배제가 발단이 됐다. 이후 중앙당 공관위가 경북도당에 재심사를 요청한 데 이어 27일에는 교체지수 재조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이들 세 지역 단체장을 경선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당 초 이강덕 시장의 공천 배제 결정에 경북도당공관위원장인 김정재(포항 북구) 의원의 사감(私感)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논란을 부채질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시장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사회생한 모양새이지만, "김 의원이 나의 컷오프를 전제로 표적 공천을 했다는 의혹이 많다"는 주장에 설득력만 더한 셈이 됐다. 일단 경북도당은 이들 지역에 대해 현역 단체장을 경선에 포함하되 재논의하기로 하면서 추후 경선 후보자가 변동될 경우 또 다른 반발이 예상된다.
사천 논란은 경산에서도 불거졌다. 경북도당 공관위가 경산시장 후보로 조현일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하면서다. 이에 경선 기회를 얻지 못한 예비후보들은 경북도당 당사 앞을 찾아 항의 집회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윤두현(경산) 의원이 개인적으로 가까운 조 예비후보를 공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윤두현 의원 톼출을 위한 시민협의체(이하 시민협의체)'까지 출범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협의체를 통해 시민후보 1명을 선출한 뒤 무소속 경산시장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후보 선출 방식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 합류한 예비후보는 김성준·김일부·송경창·안국중·오세혁·유윤선·이성희·정재학·허개열·황상조 등이다. 협의체는 경산시장 후보 경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지자들과 함께 전원 동반 탈당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또 협의체를 최소한 2년 동안 유지해 오는 2024년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도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도 구미, 김천, 성주, 의성, 영덕 등의 지역에서도 공천 심사 결과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면서 경북도당 공관위의 공천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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