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영남일보DB |
대구지역 상당수 초등학교가 어린이날 다음 날인 6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면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5일)이 주말 사이 금요일(6일)을 끼고 연휴가 이어지면서, 대다수 초등학교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휴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공휴일부터 주말까지 운영을 멈출 예정이다.
4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6일 초등학교 10곳 중 9곳은 재량휴업을 갖는다. 대구 전체 초등학교 233곳 중 재량휴업일을 실시하는 초등학교는 90%인 212곳이나 된다.
이에 맞벌이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아 별도로 연차를 쓰는 등 휴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재량휴업일에 연차 쓰기가 눈치 보인다는 반응이다.
초등학생 3학년 아들을 둔 신모(44·대구 수성구)씨는 "원래 연휴가 끼면 보통 남편이랑 돌아가면서 별도 연차를 사용한다. 이번엔 남편이 연차를 쓰기로 했다"며 "부부가 같이 연차를 쓰면 좋은데, 직장에 맞벌이 부부가 많아 모두 연차를 내려다보니 서로 눈치가 보인다. 먼저 다른 사람이 연차를 쓰면 선뜻 나도 연차를 쓰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초등학교에선 재량휴업일에 쉬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를 위해 재량휴업일에도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문제는 돌봄교실이 1·2학년 저학년을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고학년 학생들이 돌봄교실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모(여·38·대구 동구)씨는 "아이가 3학년이 넘어가면서부터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아예 수요조사 설문지조차 받지 못했다. 학년이 높아졌다고 해서 돌봄이 필요 없는 건 아닌데 억울하다"며 "결국 또 양가 부모님 중 가능한 댁에 아이를 맡기게 됐는데,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정에선 아이를 혼자 집에 두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교내 돌봄교실이 '포화 상태'라며, 지역아동센터 서비스 이용을 추천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은 남은 교실을 쓸 수 밖에 없어 정원이 정해져 있다. 현재 보육이 필요한 1·2학년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학부모들의 수요가 많아 포화상태"라면서 "저학년 다음에 고학년 학생들을 받고 있어 돌봄교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고학년 학생들이 생긴다. 이런 경우엔 지역아동센터 등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밝혔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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