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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현 〈방송작가〉 |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하라'도 아니고 '좋아하라'도 아니고 추앙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TV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던진 말이었는데,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라 더욱 귓가에 콕 박혔다.
추앙(推仰). 사전적 의미로는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이다. 대개 추앙은 신적이거나 절대적인 대상을 말할 때 쓰인다. 그런데 그 말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었던 건가.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은 '추앙하라'는 주문 뒤에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 번도 가득 채워진 적이 없어요. 그러니 날 추앙해요"
'존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추앙'을 다른 말로 하면 어쩌면 '높고 귀하다'는 뜻을 가진 존중의 다른 말이 아닐까 하고. 살면서 우리는 그러한 존중과 추앙을 받아본 적이 있나. 학교 다닐 때는 성적이 좋아야 칭찬받고, 성인이 돼서는 취직을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취직을 하고 나면 돈을 잘 벌어야, 결혼을 잘해야 존중받는다. 결국 사회적인 잣대와 평가다.
관습이 정해놓은 대로 살지 않으면 존중받을 수 없는 현실은 우리를 서글프게 만들고, 개인을 좌절하게 만든다.
정혜신 박사는 책 '당신이 옳다'에서 진정한 관계를 위해서는 '충조평판(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안다고 확신하며 던지는 말은 결코 진정한 대화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은 상대방의 가치를 내 멋대로 매기려는 편협한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에서만 우리는 진정으로 인간 대 인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다가설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귀한 대접을 받아 보면, 우리는 안다. 사람은 직업의 귀천과 사회적 위치, 성별과 나이 그 어떤 것에 구애 없이 누구나 존중, 응원, 지지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존중을 받아 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어떤 잣대를 가지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충분히 존중받고 추앙받았기에 모자람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추앙해야 한다. 타인의 삶을 그리고 나의 삶을. 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는 있는 그대로 귀하며, 추앙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권지현 〈방송작가〉
권지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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