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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현<시인·평론가> |
대구의 여성문화기획자 그룹 '어나더스'로부터 시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주제는 '대구' 하면 떠오르는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되어있었는데, 대구를 직접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단서도 붙어있었다. 바로 옆 경산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대구'하면 떠오르는 이 강렬한 더위를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어 계란 이야기를 썼다. 몇 년 전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 설치되어 있었던, '대프리카'라는 수식어의 조형물들. 녹아 흐르는 슬리퍼, 일그러진 라바콘과 함께 있던 계란프라이 조형물 이야기.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더위를 잘 표현한 이들은 '통행 방해' '더 덥게 느껴진다' 등의 민원으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철거되었다고 했다. 아쉬웠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조형물이 몇 년 전 철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같은 아쉬움이었다.
반면의 이야기. 폴란드의 브로츠와프라는 도시 곳곳에는 난쟁이들이 출몰한다. 광부, 요리사, 우편배달부, 도둑 등 다양한 직업군의 난쟁이 동상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의 눈길을 끈다. 예술 운동인 오렌지 얼터너티브에서 시작된 이 난쟁이 동상들은 도시의 명물이 되어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 꼭 같이 가야지 다짐한 도시다.
일상성에 매몰된 현실의 경쾌한 전복이 꼭 정치나 혁명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충주는 이안 시인이라는 한 사람의 동시 사랑 덕분에, 동시인들 사이에서 동시의 도시로 불린다. 동시 이야기로 꽉 찬 '동시마중' 발행, 동시를 사랑하는 누구나 당원이 되는 '동시퐁당' 창당. 은방울꽃, 작약, 히어리, 꽃마리, 백봉오골계를 살뜰히 돌보는 마음,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에서 비석치기도 하고 동시시화전과 낭독회도 하며 전국의 어린이들을 동시로 만나기. 퐁당! 퍼진 동심원이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겁게 읽고 쓰는 동시를 안는다. 필자 또한 시인의 사랑과 존중의 태도에 감화되어 평생 동시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세상에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위계, 차별, 경쟁, 폭력, 전쟁과도 같은 무서운 것들을 밀어내고 세계를 환대의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달달구리 예술을 품고 마시멜로처럼 조금 더 말랑말랑해졌으면 좋겠다.
김준현<시인·평론가>
김준현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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