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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
클래식 작곡가들의 러브스토리는 음악에 고스란히 남아 그들의 음악을 통해 여전히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작곡가인 에릭 사티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 르누아르와 로트레크의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을 평생 사랑하며 살았다. 그녀와 연인관계로 지낸 기간은 몇 개월이 안 되었지만, 그녀가 그려준 사티의 그림과 편지를 평생 간직하며 살았다고 한다. 영화·드라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곡 'Je te veux' 도 '사랑해(Je t'aime)'라는 말보다 '너를 원해'라는 말을 타이틀로 붙였으니, 그녀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스승이었던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사랑하며 독신으로 지냈다. 그녀에게 바친 '인터메조 op.118 중 2번'은 클라라 슈만이 세상을 뜨기 전 그에게 마지막으로 연주요청을 했던 곡이기도 하다. 그저 곁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과 아련함, 진심이 느껴지는 곡이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면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는 음악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가상의 이야기로서 사랑의 시작과 이별의 아픔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곡도 있다.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는 스페인의 화가 '고야'의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받은 모음곡으로, 사랑의 시작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헝가리 작곡가 리스트는 '순례의 해- 이탈리아 중 3개의 소네토'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가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 중 3편을 토대로 작곡했다. 페트라르카가 사랑했던 여인 라우라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그로 인해 느끼는 행복과 고통 등을 3개의 곡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시인 E. E. 커밍스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은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진 의미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삶을 이해하려면 삶의 의미를 먼저 물어야 한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세상의 의미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물음 앞에서 우리는 항상 존재의 공허함과 마주친다.
오직 사랑을 경험할 때에야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있음을 깨닫고,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사랑할 때의 감각을 되찾고, 이전까지 애매했던 것들이 분명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듣는 것 또한 근본적인 의미를 찾고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꼭 필요한 경험인 셈이다.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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