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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
커피와 음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찾는 것과 향이 중요하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면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와 음악은 언제나 위안을 준다. 좋은 커피가 깊고 은은한 애프터 테이스트로 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오늘에도 활력을 주는 것처럼, 긴 연주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향이 혀끝에서 맴도는 곡이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레데릭 쇼팽의 음악에는 그 특유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피아노를 위한 작곡가'라고 불리는 쇼팽은 작곡한 곡들 중 대부분이 피아노 음악이다. 작곡할 때부터 '피아노'라는 악기만을 위해 작곡을 했기 때문에 다른 악기로 대체가 된다고 해도 그 곡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다.
쇼팽은 동시대의 헝가리 출신의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와 동갑내기로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둘의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리스트는 화려한 테크닉을 가진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피아노'라는 악기가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테크닉의 한계까지 끌어내 곡을 작곡했다. 연주자로서 쇼맨십까지 강해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귀족 부인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그에 비해 쇼팽은 남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소규모의 살롱 음악회를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작곡한 곡들 또한 그에 걸맞은 음악들이 많다. 쇼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이 '녹턴'일 것이다. 녹턴은 '야상곡'이라는 뜻처럼, 주로 밤에 연주되거나 밤의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장르다. 하지만 나는 종종 커피를 마실 때 듣곤 한다.
모든 클래식 음악이 그렇듯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할 때, 내가 듣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 내게는 최고의 곡인 것이다. 내가 자주 듣는 음악은 쇼팽의 '녹턴 op.9'나 '녹턴 op.48' 이다.
금방 내린 커피 향을 맡으면서 쇼팽의 곡들을 듣고 있노라면 깊은 숲속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 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뿐이고 보이는 것은 녹색과 갈색 풍경뿐이다. 향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걷다 보면 큰 호수가 나온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 그곳이다.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 정원 테이블에 앉아 커피, 포도주, 럼을 마셨다고 한다. 인정받지 못한 젊은 천재 작가는 그날 커피를 마시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찌 됐든 위안을 받았을까.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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