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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물음표 앞에 서 있으면

2022-06-06

김준현_시인_5_6월문화산책
김준현<시인·평론가>

혈액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평균 연봉이 얼마인가요? 시를 잘 쓰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하나요? 김준현 작가님, 실제로 있었던 일을 시로 쓰시는 건가요? 나무란 시는 왜 제목이 세로예요?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시인님이 쓰신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살면서 만나본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왜 굳이 먼 우리 초등학교까지 오셨나요? 제 여러 꿈 중에 시인이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을까요? 사는 곳이 어디에요?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얼마 전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들과 '작가와의 만남' 특강을 했다. 귀를 쫑긋 세운 이 수많은 물음표들을 마주하는 게 특강의 마지막 순서였다. 파랑, 노랑, 분홍 포스트잇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놓은, 순진무구하면서도 너무도 직설적이고 사적이며 또 현실적인 이 질문들은 허위도 수사도 없이 간결한 어린이의 육성 그 자체다. "시인님, 동시를 왜 이렇게 길게 쓰세요? 필사하느라 팔 아파요!" 같은 말. 얼마 전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동시 창작 강의에서 동심(童心)이란 말은 어른이 가질 수 없는 말이며, 어른이 자기 욕망을 투영해 만든, 이상적 어린이의 상(狀)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일반화할 수 없고 개념화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존재인, 어린이들의 맑고 뚜렷한 눈빛과 밝은 목소리를 마주할 때마다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큰 복(福)을 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만 지방에 사는 작가의 특성상 서울의 초등학교 강의를 가게 되면 새벽에 일어나 택시, 기차, 버스, 지하철이라는 하드코어한 일정 끝에 아침 9시 수업에 맞춰 도착해야 하고 외박은 필수다. 여행 아닌 여행 기분에 환기도 되고, 어린이들의 열렬한 환영과 가벼운 장난과 밝고 높은 목소리 앞에서는 피로했던 몸도 충만해져서 각성 상태가 되지만 호텔로 돌아가 눕는 순간 바로 뻗을 때도 있다. 많은 특강을 다닌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했던 모든 초등학교 특강은 서울에 소재한 학교들이었다. 좋은 일이고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 아주 가끔, 나는 우리 집 부엌 쪽 창으로 버젓이 보이는 집 앞 초등학교를, 걸어서 오 분이면 갈 수 있는 그 초등학교를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아주 가끔.김준현<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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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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