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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현 방송작가 |
방송가는 주제가 뚜렷한 달이 다가오면 바빠진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달이 바로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매년 6월이 되면 각종 기념일 소식을 전하고,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원고에 의미를 녹여 내는 작업을 당연한 듯 해왔는데 그 속에서 나는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점점 행사가 뜸해지고 미디어 속에서 생산되던 정보도 줄었다. 당연히 관심도 줄었고 역사적 사건은 더 이상 사람들의 화젯거리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지난 시간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앞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자꾸만 뒤로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초등학교 교사인 한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광주에서는 5월이 되면 한 달 내내 축제예요. 각급 학교는 물론이고 예술단체와 각 기관까지 나서서 공연이며 행사를 마련하고, 각종 기념대회와 체험학습까지 이루어지느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바빠진다"고.
그의 말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잊지 않고 의미를 이어가는 방법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서. 너무 경건할 필요도 너무 무거울 필요도 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건과 기억을 나누며 즐겁게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역사적 체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는 역사를 교과서 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들과 사이렌과 묵념으로 대표되는 행동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한계 속에서 과연 어떠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언젠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적 사실에 관해 묻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게 나온 답변이 '관심없다' 였다고 한다. 잘못 알고 있으면 바로 잡아주면 되고 모르면 제대로 알려주면 되는데, 관심 밖에 있는 사람을 관심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기란 쉽지 않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관심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면 맞는 말인 것도 같다. 악플을 단다는 것 자체가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모르면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의 역사적 인식은 과연 관심과 무관심 그 어디쯤 있을까. 유난히 태극기가 많이 휘날리는 6월이다.
권지현 (방송작가)
권지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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