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호황 '빛과 그림자' <상>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열린 'iDAF22 프리뷰' 1부 전시 모습. <현대백화점 대구점 제공> |
지난 4월26~5월1일 열린 '2nd 대백아트페어' 전시 모습. <대백프라자갤러리 제공> |
지난해 열린 2021대구아트페어 모습. <영남일보DB> |
코로나19 이후 국내 미술시장이 역대 최고 호황을 맞고 있다. 덩달아 대구 미술시장도 뜨겁다. 신생 갤러리들이 속속 생겨나고 대형 아트페어도 올해 두 개나 더 열린다. 활활 타오르는 미술시장의 현황과 그에 따른 빛과 그림자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국내 아트페어 전례 없는 호황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2005~2007년 큰 호황을 맞은 국내 미술시장은 2020년부터 사상 유례없는 역대 최고의 '불장'을 맞고 있다. 2005년 호황 때보다 3배 정도 규모가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트페어 역시 전례 없는 활황이다. 올해 열린 굵직한 아트페어는 역대 최고 매출액과 역대 최고 방문객을 잇따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의 판매액은 약 177억원으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72억원(2021년)보다 2.46배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4월 열린 BAMA(바마·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판매액은 약 250억원으로, 지난해(65억원)보다 무려 3.85배나 많은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 특히 5월에 열린 '아트부산' 경우 746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35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구 한 대형 갤러리 대표는 "요즘은 아트페어에 나가면 첫날 판매가 완료된다"며 현재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호황은 아트페어를 찾는 방문객 수에서도 확인된다. 아트페어 개막일에 먼저 입장하기 위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미술품 구매 열기에 신진 작가를 필두로 '솔드 아웃'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백화점 명품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진다. 전언에 따르면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거나 '구매 대기'가 걸리기도 한다.
아트페어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탈락하는 화랑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지역 또 다른 갤러리 대표는 "올해 BAMA의 경우 참가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고인 약 2대 1로, 130여 개의 화랑이 탈락했다. 이 페어에 수년 째 참가하던 화랑이 올해 탈락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며 "미술시장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아트페어의 부스(booth)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고 귀띔했다.
◆활활 타오르는 미술 시장 왜?
미술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부동산 규제 등으로 갈 곳 잃은 돈이 미술시장으로 몰렸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미술품을 찾는 고객도 늘었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다 보니 대리 만족으로 '아트 쇼핑'에 손을 뻗는 이들도 많아졌다.
미술시장에 투자와 절세의 개념이 강하게 유입된 것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블루칩 작가와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작품은 투자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판매액이 늘고 가격이 급등했다. 미술시장을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 이은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하는 MZ세대들이 대거 유입된 것도 최근 미술시장의 두드러진 변화상이다. 국내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MZ세대가 미술시장에 유입됐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고, 지난 5월 열렸던 아트부산 주최 측도 "올해 행사에서 MZ세대의 미술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구매 열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연예인 등 셀럽(인지도 높은 유명 인사)의 미술품 구매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SNS 등을 통한 고상한 취미를 과시하려는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 한 갤러리 큐레이터는 "아트페어가 끝나고 나면 SNS 등을 통해 어떤 컬렉터가 어떤 작품을 구매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며 "세금 혜택의 장점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법인에서도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대구에 대형 아트페어 2개 추가
미술시장 활황 바람을 타고 대구에서도 갤러리 수가 늘고 있다. 대표 문화잡지인 월간 '대구문화'에 게재된 갤러리를 파악한 결과, 6월 기준 대구지역에는 130여개의 갤러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6월(110여개)에 비해 20개 정도 증가한 규모다.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점은 올해부터 대구에서 2개의 대형 아트페어가 추가로 열린다는 것. 그동안 대구에서는 매년 11월 대구화랑협회 주최의 '대구아트페어(현 아이다프, iDAF)'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올해는 6월23~26일 대구엑스코 서관 1·2홀에서 '아트페어대구'(사단법인 추진 중)가 주최해 국내외 화랑 100여 곳이 참가하는 '아트페어대구2022'가 열리고, 이어 8월25~29일 대구엑스코 서관 1홀에서 대구도슨트협회 주최로 '2022 대구블루아트페어'가 개최된다. 조명결 아트페어대구 대표는 "작가군·미술애호가 등의 규모에 비해 대구에 대형 아트페어가 부족했다. 또한 대구화랑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우수한 갤러리도 많다"며 "최근 미술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지역 미술계에도 새로운 미술시장을 이끌어갈 차별화한 아트페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에서 아트페어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대백프라자는 지난 1월 대백아트페어를 처음으로 개최한 데 이어 4월 대구현대미술가협회와 협업해 두 번째 대백아트페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대구화랑협회와 함께 11월에 열릴 대구 최대 아트페어인 '아이다프(iDAF, 옛 대구아트페어)'의 프리뷰 행사인 'iDAF22 프리뷰'전을 9층 특설전시장에서 12일까지 열었다. 아이다프가 '프리뷰'라는 타이틀을 걸고 프리뷰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트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번에 'iDAF22 프리뷰' 행사를 열었다"며 "백화점 간의 아트마케팅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상황"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외 올해 대구에선 여러 '호텔 페어'도 열릴 예정이다. 아트페어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미술시장의 호황에 따른 상업성이 크게 작용한다. 또 아트페어가 미술품을 편리하게 구매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도 요인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갤러리 대표는 현재 미술시장 상황과 대구라는 도시의 특별성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아트페어가 새로 생기는 것은 대형 아트페어에 참가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화랑과 신생 화랑 등 참여 수요가 존재하고, 투자든 미술 향유든 애호가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대구에 컬렉터가 많을 뿐 아니라 미술 수요와 안목 또한 높은 도시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아트페어가 많아지면 미술시장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서 "하지만 무분별하고 식상한 아트페어의 양산은 자칫 미술 애호가로 성장하려는 이들의 관심도를 떨어뜨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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