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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흼의 힘

2022-06-27

김준현_시인_5_6월문화산책
김준현(시인·평론가)

일전에 '흼'을 테마로 평론을 쓴 적이 있다. 정확히는 '흼'이라는 무채색이 지닌 공허와 울림, 무한한 가능성과 열림에 대한 단상을 모은 글이었다. 시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커피 얼룩이 묻은 시집의 사진, 노란 리본과 같은 도상기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한 '흼' 이야기까지 들어갔으니, 평론이라는 특정 장르라기보다는 문학을 물성을 가진 언어로 감각하는, 일종의 놀이 혹은 형식실험이라고 해야 할까? 웹진에 발표한 이 작품의 프로필 사진은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젊은 작가라고 하면 대개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일반화된 인식, 혹은 상식선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작가 소개란 부분에 굳이 "서울 및 수도권, 하늘나라가 아닌 경산(慶山)에 살고 있다"라고 적었다.

몇 년 전 대구 중심가에 있는 한 독립책방에 상주작가로 있으면서, 근래 용학도서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내밀하면서도 확고한 문학적 열망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대구는 도시의 규모에 비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자원이 적은 편이라 '혼자 읽기'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어떤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외로움에 무디고 문학 앞에서 순진하기만 한 나로서는 늘 이 무한의 가능성인 '흼' 앞에서 힘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원래 혼자 하는 일 아닌가? 용기의 문제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왔고 또 말해왔다. 그러나 쓰는 일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그 흼 위로 자기 언어를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일은 일종의 제설작업처럼 굳게 얼어붙은 눈을 헤치고 나아가는 작업이라는 사실. 문학만을 하기에는 학업이나 육아, 생계 등 생활인으로서의 '나'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모르던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쓰라는 말을 쉽게 한다. 무엇이 될지 모르는 미지를 향해 우선 행동하기. 마음을 담아서, 알 수 없는 감정을 쓰는 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작업이 주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쓰는 이들은 누구나 자신을 견디며 쓴다. 거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어떤 충만함, 큰 보상이 있음을 조심스레 확신한다.
김준현〈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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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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