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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하〈작가〉 |
책장 한편에 만화책을 잔뜩 사서 꽂아놓았던 삼촌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손에 잡히는 미색의 종이 질감과 여러 톤으로 그려진 흑백의 면과 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잉크 냄새가 물씬 났다. 아마 지금 내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에 삼촌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릴 때 만화책을 읽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만화책을 접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 한두 군데씩은 있던 만화방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웹툰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웹툰의 가짓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만화방에 들르는 사람들의 발길 또한 뜸해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4천800개 정도였던 만화방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그 수가 천 개도 안 되게 줄었다고 한다. 웹툰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동안 전자책의 수요도 함께 늘었다. 전자책은 휴대성이 좋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선 듯하다.
웹툰과 전자책에 익숙한 세대가 사회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종이책은 역사 너머로 사라지는 걸까?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종이책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사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걱정하기에 조금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웹툰을 즐겨보는 세대 안에서도 인터넷이나 전자기기를 통해 웹툰을 감상하고 소장하기보다 단행본 형태로 만들어져 출간되길 기다리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 덕에 만화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나 또한 종종 전자책 기기를 가지고 만화를 감상하며, 짧은 역사 속에서 발전한 기능과 그 편의성에 감탄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기억에 남았던 만화의 한 장면을 문득 다시 찾아보고 싶어질 때, 나는 자연스레 종이책을 찾게 되었다.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쉼 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터치하는 것보다 두 손에 책을 쥐고 종이를 사락사락 넘기는 순간이 좋다. 어린 시절 삼촌의 만화를 몰래 꺼내 읽었던 경험이 어느새 나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집에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 쩔쩔매면서도 나는 지구가 멸망할 미래를 아는 다람쥐처럼 책을 사서 책장에 묻는다. 언젠가 사이버 공간이 붕괴하고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미래가 닥쳐와도 책장에 줄줄이 꽂혀있는 종이책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줄 것만 같기에.
근하〈작가〉
근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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