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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하 <작가> |
'저는 어릴 때부터 타인과 연결되길 바랐어요.'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 요즘은 유년의 기억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 곧잘 몰입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혼자인 아이들이 자주 그러하듯이요.'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던 유년에 대해 말할 때 예전에는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그 사실이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거니와 특별한 경험 또한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어릴 때 끈끈한 유대감을 나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외롭고 예민한 십 대 시절에 특별한 누군가가 곁을 내어주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선망했다.
미바 작가와 조쉬 프리기 작가가 함께 만든 그래픽노블 '셀린&엘라'에는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사는 두 소녀가 등장한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셀린과 엘라는 졸업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스쿨버스를 타는 유일한 상급생이다. 두 사람은 스쿨버스 안전훈련이 있는 날, 어린 학생들을 돕다가 처음 눈을 마주한다. 나는 이 책에서 셀린과 엘라가 보트를 타고 강을 누비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좋아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셀린과 엘라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쓰루타니 가오리 작가가 쓰고 그린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는 BL만화를 접하게 된 할머니, 이치노이 유키와 그 책을 팔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 사야마 우라라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좋아하는 만화와 함께 '덕질'의 경험을 나누는 장면들을 보며 그들을 무심코 부러워했다.
앞서 말한 만화책을 함께 읽은 친구들과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우라라처럼 좋은 어른을 만나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고, 그런 유년을 보냈던 게 남의 탓인 양 토로했다. 그러자 내 얘기를 듣던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누구를 만나든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태도를 갖는지가 중요한 거 아닐까. 결국 관계란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니까. 그 말을 듣고 나는 잠깐 얼어붙었으며 이내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셀린과 엘라 그리고 유키와 우라라를 부러워하면서 유년 시절에 누군가를 위해 선뜻 다가선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나서야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것이 관계의 시작임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의 인물들처럼 말이다.근하 <작가>
근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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