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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집 아저씨의 대표 메뉴 시오라멘. |
서울 마포구 일대는 라멘의 성지이자 격전지로 불린다. 일본 라멘을 최대한 정교하게 재현해 내는 식당은 물론 한국식으로 풀어내는 식당,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라멘을 내는 곳까지 다양하다. 어떤 집은 십수 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집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냉정한 동네다.
대구는 아직 라멘 전문점이 부흥하지 못한 도시다. 이미 많은 식당이 있으나, 예상 가능한 맛에 그치거나 재료의 품질에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경험이 허다하다. 다행히 최근 대구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라멘 전문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라멘집 아저씨'는 특이한 외관부터 묘한 호기심을 끄는 곳이다. 사장 안수홍씨는 격전지 마포구를 주름잡다가 현재는 전남 무안군으로 둥지를 옮긴 '스승님'에게 배운 맛을 재해석해 내놓고 있다.
라멘집 아저씨에선 시오라멘을 반드시 맛봐야 한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시오라멘은 돈코츠라멘, 미소라멘 등 강한 양념을 하는 라멘보다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의 시오라멘은 깨끗하게 우려낸 닭 육수를 기본으로 은은하지만, 단단한 풍미를 자랑한다.
적당히 삶아낸 면은 식감과 맛 모두 뛰어난데 양도 넉넉하다. 비빔면 2봉지는 거뜬한 기자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지만, 그래도 부족한 이는 따로 준비된 밥솥에서 얼마든지 밥을 가져다가 남은 육수에 말아 먹어도 좋다.
안 사장은 "아직 대구는 라멘 식문화가 발전할 가능성이 큰 도시다. 앞으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라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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