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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
예전에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이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인 '블랙독'은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로 검은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명 미운 오리 새끼처럼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상이 드라마에서도 나타난다.
선생님에게는 학교도 직장이기에 일반 회사나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상황들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갑'과 '을'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라인을 잘 타야 좋은 기회가 오는 모습, 상급자의 눈 밖에 나면 기회가 줄어드는 모습 등이 보인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어느 사회이건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들의 사회가 있고, 종교에서는 목사님들, 스님들의 사회가 있다. 기업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기업, 작은 벤처기업까지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각각의 규율이 있고 관습이 있다. 이들의 사회 안에서 옳은 행동이어도 행해지던 규율과 관습에 반하는 모습이 보이면 블랙독이 되기 십상이다.
예술 사회 또한 다르지 않다. 사회 전반적인 기득권에 있는 예술가 선배들은 후배 예술가들의 능력보다 자신의 라인에 협조적이고 우호적인 사람들을 포섭하는 경향이 짙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비슷한 실력이면 기왕 자신의 라인에 관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성취라는 것은 재능과 끈기 있는 열정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가 된 듯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기간제이고 신입이라 진정한 선생님이 되는 모습을 찾고자 한다. '과연 나중에 정교사 되고 나서도 똑같을까'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본인도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나?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열정 가득한 성취의식이 있는가? 자문해본다.
2002년 모 대학 뮤지컬과에서 주 2시간 수업하며 매월 12만원을 받았다. 그런데도 운전해서 1시간가량 가야 하는 학교에 매일 출근해 학생들과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면 거뜬히 감당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순수했던 그 열정이 그립기도 하다.
드라마 한 편이 나 자신도 블랙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만 안간힘을 쓰느라 진정한 예술적 심화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필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인적 네트워크나 사회성에 초점을 두기보다 생업과 직업이 아닌 천직으로 자신의 '그릿(GRIT)'을 개발하는 성장형 사고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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