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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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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 〈작가〉

만화 그리기 수업이 있었던 지난주 목요일, 나는 진행을 마무리하며 말하고자 다짐했던 얘기를 꺼냈다.

"우리가 작품을 읽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새롭고 낯선 세계를 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세계에 몰입하고 내용이 와닿았을 때 어쩐지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돼요. 만화 그리기는 나 혼자만의 만족감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독자에게 가닿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나조차 나의 이야기를 할라치면, 가끔 두렵고 자주 부끄러움을 느낀다. 또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어쩌다 불현듯 생각나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싸매고 싶어진다. 예를 들면, 친목 도모를 위한 자리에서 말을 함부로 했다가 큰 후회로 남았을 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 일이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결국 물거품이 되어버렸을 때. 신뢰하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후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냈을 때. 그 모든 것을 나는 선명히 기억하고, 불행하게도 그 일들을 곱씹는 데에 오랜 시간을 썼다. 그중 무엇이 옳고 나빴는지를 지금의 나는 헤아릴 수 없다. 그저 그때의 기분을 떠올릴 뿐이다.

틸리 월든의 자전적 만화 '스피닝'에서 저자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회고록의 목적이 사실을 보여 주는 것, 어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일 테다. 나 또한 가능한 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요점은 아니었다. 이 책은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느낌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 내 과거를 전부 질서정연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그에 관한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스피닝'을 읽는 내내 이렇게 솔직해질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관적인 시간과 그날의 속마음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버거운 일인 걸 알기에 더욱더 그랬고 그러므로 나는 작가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려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좋겠다.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로, 서로의 세계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만화 그리기 수업이 곧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있다. 완성한 만화를 함께 돌려보고 서로 감상을 주고받기로 했다. 수업 첫날, 7월의 습한 저녁 하늘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온몸이 긴장되어 땀이 줄줄 흘렀지만, 그 시간이 소중한 기억으로서 오래도록 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근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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