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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향을 사랑하기

2022-08-25

[문화산책] 고향을 사랑하기
근하 <작가>

올해 들어 본가에 들를때마다 하는 일이 생겼다. 자전거 타기, 시외버스를 타느라 녹초가 된 몸을 본가 이불 바닥에 뉘며 아름다운 고향을 돌아다닐 생각에 설렌 채 잠이 든다. 다음 날 늦게 일어나 찬을 간단히 챙겨 먹고 공영자전거 보관소까지 걸어간다. 키오스크를 통해 천원을 지불하고 적당한 자전거를 고른 후 출발한다. 따뜻한 오후의 햇볕을 느끼며 강 따라 이어진 산책로로 향하며 반가운 풍경을 눈에 담는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가족과 헛둘헛둘 두 팔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경보하는 사람. 시내로 통하는 일교 아래를 지나면 강 사이에 드문드문 놓인 귀여운 돌다리. 그 건너 잔디밭의 토끼풀 사이로 자리 잡고 볕을 쬐는 고양이를 본다.

전지 작가가 쓰고 그린 만화책 '선명한 거리'에는 경기도 안양의 풍경이 나온다. 학교 앞 오래된 문방구와 3층짜리 빌라에 드리우는 깊은 그림자. 뒷짐 진 채 느긋하게 걷는 할머니와 길에 나뒹구는 타이어의 흠집까지 전지 작가가 놓치지 않고 그려낸 동네를 보며 나의 고향이 떠올랐다. 더불어 나고 자란 곳을 지긋지긋하게 여겼던 청소년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선명한 거리'를 처음 펼쳤을 때, 청소년 시절을 지나는 주인공을 보며 이 이야기가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결말이 될 거라고 함부로 상상했다. 그렇지만 이 만화는 자라며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화자가 걸어온 거리 곳곳에 스며들었음에도 여전히 그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야기였다. 답답하고 갇혀있는 것만 같았던 고향이 사실 성장하는 나를 포용했다는 걸, 나 역시 떠나고 나서야 서서히 알게 됐다.

나만의 종착지인 체육센터를 한 바퀴 돌아 나와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돌부리에 걸려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적이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혹여나 누가 보았을까 부끄러운 마음에 잠시 넘어진 자세 그대로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모습이 더 부끄럽게 느껴질 즘, 어디선가 고함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두 번째에 이르러서야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강 건너에 있던 사람이 외치는 말이었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머리 위로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사람은 한 번 더 외쳐주었다. "조심하세요!"

몸을 일으켜 흙먼지를 털고 자전거를 세웠다. 다시는 넘어지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페달에 발을 올렸다. 고향을 사랑하게 되는 경험이 두텁게 쌓이고 있었다.
근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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