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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파골장의 고라니

2022-10-10

[문화산책] 파골장의 고라니
성병조〈수필가〉

파크골프를 하면 할수록 유익한 게 많다는 데 감동한다. 그중 제일은 건강과 웃음일 것이다. 나이 들면서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어디 있을까 싶다. 가는 곳마다 해학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집에만 머물지 않고 파크골프장에 나와 열심히 운동하는 시니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이들을 볼 때마다 세상을 참 멋지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진다. 인생 늘그막에 큰 걱정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정의 화목은 물론 경제적 여유, 정신 신체적 건강 등 삼박자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틈만 나면 광활한 푸른 잔디 위에서 동료들과 부지런히 운동하니 잔병이 씻은 듯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에서 도입된 파크골프 역사가 20여 년 됐다지만 대구와 경북이 가장 활성화되고 있다. 골프채 하나면 족하다. 지역마다 파크골프장이 있어 접근이 편리하며, 골프처럼 비싼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복장에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지방자치 단체들도 앞다투어 지원하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나는 놀이마당에 가끔 진객이 찾아와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풍경이다. 야생 고라니가 수성 파크골프장에 내려온 게 몇 차례나 된다. 동서로는 금호강을 끼지만 남쪽으로는 '비 내리는 고모령'을 품은 방아등(登)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일까. 밤 동안 놀다간 듯 새벽에 나가면 고라니 똥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일요일 오전에도 방아등에서 강변 제방을 타고 커다란 고라니 한 마리가 파크골프장으로 뛰어들었다. 많은 사람에 놀라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리저리 날뛰면서 금호강 쪽 펜스를 넘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어림도 없다. 높은 철망에 걸려 떨어지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다. 모두가 라운딩을 멈추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고라니가 너무도 애처롭다. 누구라도 먼저 나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고라니를 산으로 보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든다. 이때다 싶어 양팔을 크게 벌려 산 쪽으로 유도하니 겨우 제 길로 접어든다. 곳곳에서 안도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고라니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호랑이, 늑대와 같은 천적이 없는 한국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성병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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