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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 정현아(경대사대부설초등 4년)...지후에게

2022-10-21

[제29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 정현아(경대사대부설초등 4년)...지후에게

안녕, 지후야? 난 현아라고 해. 너랑 동갑인 여자아이이고 대구에 살고 있어.

난 너를 '일곱 번째 노란 벤치'라는 책에서 보았어. 첫 문장부터 네가 밤에 종종 오줌을 싸고 손톱을 물어뜯는다고 썼던데 전국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았으니 조금 부끄러웠겠다. 그렇지만 남들이 봐도 괜찮을 것 같은 게, 내 생각에 지금은 네가 오줌 싸는 거나 손톱 무는 버릇을 다 고쳤을 것 같거든. 개 학대범 사건을 겪고 나서 지금은 네가 많이 성숙해졌을 것 같아.

너희 이웃들은 첫인상과 나중이 다른 사람들이 많았어. 솔직히 18층 아줌마 보면서 너무 깐깐한 것 같아서 조금 짜증 났었거든. 네가 하지도 않은 일로 혼을 내고 말이야. 그런데 너와 봉수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머리를 휘날리며 "설마 그 개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라고 소리치는 걸 보니까 정말 멋지더라. 자기보다 덩치 큰 남자에게 덤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치와와 아줌마도 개똥도 안 치우는 까칠한 아줌마라고 생각했는데 널 도왔고 까만 모자 형도 너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네 이름까지 알고 있었지. 놀라운 반전이었어.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는 것 같아.

봉수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너무 속상했어. 덩치 큰 남자가 목줄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목이 졸려 버둥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더라. 게다가 너에게까지 손을 대려고 할 때는 아찔했어. 그런데 공원에 있던 이웃들이 힘을 모아 나쁜 사람을 잡는 걸 보니 짜릿하더라. 해나 말처럼 그 개 학대범 아저씨는 평생 감옥에나 있었으면 좋겠어.

돌아가신 네 할머니께서 너를 보고 작고 여려 보이지만 강한 아이라고 말씀하셨잖아.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아. 너도 위험할 수 있는데 봉수를 위해 나쁜 사람을 막아내다니!

개 학대범을 마주친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그 일 덕분에 네가 더 용기 있고 대범한 아이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요즘도 봉수와는 잘 지내니? 해나와도 잘 지내고? 너희가 평생 잘 지냈으면 좋겠다. 네가 씩씩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너희 할머니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해. 나도 너를 응원할게. 그럼 안녕.

2022년 8월17일 현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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