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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 책의 주인공 지후처럼 나만이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내 방의 모퉁이. 방구석이다. 아무도 먼저 차지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도 없다. 그래서 내가 혼자인 기분을 마음껏 느끼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기도 한다. 방구석에 앉아 벽에 기대 책상을 배 쪽 가까이 최대한 끌어안고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주인공을 쉽게 만나러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방구석에서 '일곱 번째 노란 벤치'의 지후를 만나러 간다.
샤인머스캣 맛이 날 것 같은 나무 아래,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 앉아 본다.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들이 마시자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지후가 왜 이 벤치를 자주 찾게 되었는지 알 것 같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기분을 느끼며 마음의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지후에게 혼자가 된다는 건 외로운 게 아니라 아픈 것이었을 테니까…
나는 지후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생겨나 온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돌아올 수 없어서 너무나 먼 곳으로 할머니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내 마음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더더욱 지후를 혼자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후가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서 더 이상 외롭거나 아파하지 않고, 봉수를 만나고 해나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와 이웃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된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내 공간도 일곱 번째 노란 벤치처럼 밝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친구의 슬픔을 느낄 수 있고, 주변 이웃사람의 아픔을 같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 속 지후의 세상은 서로가 서로의 이웃이 되어주는 마음 따뜻한 곳이었다.
오늘따라 내가 앉아 있는 모통이 벽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책 속의 따뜻한 마음이 나를 꼬옥 안아주는 것 같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어져 있는 무지개의 일곱색깔처럼,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 앉아 있는 지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책을 덮는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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