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작품 수준 평준화
뚜렷한 주관 가감없이 서술
초등부, 창의성·문장력 초점
올해 영남일보 책 읽기 상 독서감상문 모집에는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응모자가 참여했다. 수상자 역시 비례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독후감을 보내주신 응모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예년과 다름없이 높은 수준의 작품이 다수를 차지해 심사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독서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대학·일반부 심사평>
대학·일반부에는 모두 141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예심을 통과한 20편의 작품 중 지난(至難)한 심사 과정을 통해 '호호호'라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백범석(제주도 제주시)씨의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넌 뭘 좋아해?" 나는 얼어붙었다. 동그란 눈, 동그란 얼굴의 그녀가 동그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별 뜻 없이 건넨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당황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그녀가 내게 무얼 좋아하느냐고 묻고 있다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동그란 이마만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좋아하는 거? 바로 너야.'≫ 글의 시작부터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과 관심, 주목도를 글 끝까지 가져간 저력이 돋보였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다정다감한 문장력과 표현력 역시 특별했다. ≪그 시절 그녀처럼, 나는 나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 넌…. 아니, 난 뭘 좋아하느냐고≫ 끝마무리 문장도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글을 읽는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우수작으로는 이상희씨와 유예림씨의 작품을 선정했다. 대구시민인 이상희씨는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고 '연약한 것에 의존한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응모했다. 소설 속 주인공 '철이'는 인간과 아주 흡사하게 제작된 휴머노이드.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가 미래 네트워크의 세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상황 설정이 꽤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소설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떨까'라고 자문하며 어렵지 않은 논리로 긍정적 답을 찾아가는 글 전개가 눈에 띄었다.
역시 우수작으로 뽑힌 유예림씨의 '나를 찾아가는 곳'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독후감이다. 유예림씨는 꼭 달려야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꿈과 목표가 있어야만 좋은 인생인지를 줄곧 묻고 있다.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얽힌 여러 사람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휴남동 서점에서 잘 쉬다 갑니다.≫는 마무리 문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유예림씨가 공감하고 고민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일부 입상작 가운데에도 우수작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이 많아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작지 않았다. 좋은 책이 좋은 독후감을 낳는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추천 도서'의 선정에서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대학·일반부 응모에서 비문이나 일부 오탈자가 발견된 것은 옥의 티다.
<중·고등부 심사평>
본선에 오른 작품이어서인지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도, 수준이 떨어진 응모작도 없이 고만고만했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워 몇 번 되풀이해 읽은 후 남강현군과 김예린양의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응모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당시 느꼈던 감정과 책속 주인공의 심정을 비교해 서술하기도 했고, 다른 책의 비슷한 장면을 끌어와 현재 감정과 비교한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후 느낀 소감을 뚜렷한 주관을 갖고 가감없이 서술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란 책을 읽은 후 '편견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양들'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남군은 편견의 사고에 사로잡힌 책속 등장인물들을 울타리에 갇힌 양들에 비유해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친구·우정·편견에 대해 평소 자신이 가진 생각을 잘 정리했다. 특히 사안을 중언부언 복잡하게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주관을 간단명료하게 분명히 드러낸 점이 돋보였다.
'순례주택'을 읽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 그리고 삶'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김예린양은 소설속의 주인공(수림)과 같은 또래(16세)로서 느낀 감정을 잘 정리해 글로 표출했다. 청소년기의 고민과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사여구나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초등부 심사평>
응모 학생 대부분이 책을 '꼼꼼하게 읽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줄거리를 잘 파악했고,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도 잘 포착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책의 내용과 연결시켜 감성적으로 녹여낸 게 인상적이었다. 응모작의 문장 대부분도 안정적이었다. 초등학생다운 톡톡 튀는 작품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창의성, 문장력을 중심으로 봤다. 글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얼마나 정성 들여 썼는지도 살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감동을 받았을까도 염두에 뒀다.
정현아(경북대사범대부설초등 4년)양과 박송이(인천청일초등 6년) 양의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두 학생 모두 '일곱 번째 노란 벤치'을 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후감을 썼다. 정현아양은 편지의 형식의 빌어 주인공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송이양은 주인공의 노란 벤치와 자신의 방 모퉁이라는 공간을 교차시켜 자신의 감정을 절절히 표현했다. 또 자신의 방 모퉁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말하는 게 깊은 여운을 줬다. 우수상에는 안소률(대구반야월초등 3년)양과 박서은(울산 남산초등 6년)양의 작품을 뽑았다. 안소률양은 '우리 가족의 보물을 찾아라'를 읽고 글을 썼다. 초등학교 저학년다운 발랄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를 보물 1호로 꼽는 모습이 정겨웠다. 특별상의 주인공은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 대해 감상문을 쓴 양하송(대구남산초등 1년)양이다. 1학년 답지 않은 문장력과 구성이 돋보였다. 자신의 동생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 심사위원=영남일보 이재윤·박윤규·조진범 논설위원
<대학·일반부 심사평>
대학·일반부에는 모두 141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예심을 통과한 20편의 작품 중 지난(至難)한 심사 과정을 통해 '호호호'라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백범석(제주도 제주시)씨의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넌 뭘 좋아해?" 나는 얼어붙었다. 동그란 눈, 동그란 얼굴의 그녀가 동그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별 뜻 없이 건넨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당황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그녀가 내게 무얼 좋아하느냐고 묻고 있다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동그란 이마만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좋아하는 거? 바로 너야.'≫ 글의 시작부터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과 관심, 주목도를 글 끝까지 가져간 저력이 돋보였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다정다감한 문장력과 표현력 역시 특별했다. ≪그 시절 그녀처럼, 나는 나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 넌…. 아니, 난 뭘 좋아하느냐고≫ 끝마무리 문장도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글을 읽는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우수작으로는 이상희씨와 유예림씨의 작품을 선정했다. 대구시민인 이상희씨는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고 '연약한 것에 의존한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응모했다. 소설 속 주인공 '철이'는 인간과 아주 흡사하게 제작된 휴머노이드.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가 미래 네트워크의 세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상황 설정이 꽤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소설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떨까'라고 자문하며 어렵지 않은 논리로 긍정적 답을 찾아가는 글 전개가 눈에 띄었다.
역시 우수작으로 뽑힌 유예림씨의 '나를 찾아가는 곳'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독후감이다. 유예림씨는 꼭 달려야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꿈과 목표가 있어야만 좋은 인생인지를 줄곧 묻고 있다.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얽힌 여러 사람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휴남동 서점에서 잘 쉬다 갑니다.≫는 마무리 문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유예림씨가 공감하고 고민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일부 입상작 가운데에도 우수작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이 많아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작지 않았다. 좋은 책이 좋은 독후감을 낳는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추천 도서'의 선정에서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대학·일반부 응모에서 비문이나 일부 오탈자가 발견된 것은 옥의 티다.
<중·고등부 심사평>
본선에 오른 작품이어서인지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도, 수준이 떨어진 응모작도 없이 고만고만했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워 몇 번 되풀이해 읽은 후 남강현군과 김예린양의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응모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당시 느꼈던 감정과 책속 주인공의 심정을 비교해 서술하기도 했고, 다른 책의 비슷한 장면을 끌어와 현재 감정과 비교한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후 느낀 소감을 뚜렷한 주관을 갖고 가감없이 서술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란 책을 읽은 후 '편견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양들'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남군은 편견의 사고에 사로잡힌 책속 등장인물들을 울타리에 갇힌 양들에 비유해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친구·우정·편견에 대해 평소 자신이 가진 생각을 잘 정리했다. 특히 사안을 중언부언 복잡하게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주관을 간단명료하게 분명히 드러낸 점이 돋보였다.
'순례주택'을 읽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 그리고 삶'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김예린양은 소설속의 주인공(수림)과 같은 또래(16세)로서 느낀 감정을 잘 정리해 글로 표출했다. 청소년기의 고민과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사여구나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초등부 심사평>
응모 학생 대부분이 책을 '꼼꼼하게 읽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줄거리를 잘 파악했고,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도 잘 포착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책의 내용과 연결시켜 감성적으로 녹여낸 게 인상적이었다. 응모작의 문장 대부분도 안정적이었다. 초등학생다운 톡톡 튀는 작품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창의성, 문장력을 중심으로 봤다. 글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얼마나 정성 들여 썼는지도 살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감동을 받았을까도 염두에 뒀다.
정현아(경북대사범대부설초등 4년)양과 박송이(인천청일초등 6년) 양의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두 학생 모두 '일곱 번째 노란 벤치'을 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후감을 썼다. 정현아양은 편지의 형식의 빌어 주인공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송이양은 주인공의 노란 벤치와 자신의 방 모퉁이라는 공간을 교차시켜 자신의 감정을 절절히 표현했다. 또 자신의 방 모퉁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말하는 게 깊은 여운을 줬다. 우수상에는 안소률(대구반야월초등 3년)양과 박서은(울산 남산초등 6년)양의 작품을 뽑았다. 안소률양은 '우리 가족의 보물을 찾아라'를 읽고 글을 썼다. 초등학교 저학년다운 발랄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를 보물 1호로 꼽는 모습이 정겨웠다. 특별상의 주인공은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 대해 감상문을 쓴 양하송(대구남산초등 1년)양이다. 1학년 답지 않은 문장력과 구성이 돋보였다. 자신의 동생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 심사위원=영남일보 이재윤·박윤규·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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