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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숫자로 셀 수 없는 것들

2022-12-12

[문화산책] 숫자로 셀 수 없는 것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숫자로 경영하라.'

필자가 존경하는 은사님의 책 제목이다. 컨설팅 회사에 근무할 때 매물로 나온 기업의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기업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 10년 추정재무제표를 작성, 11년 이후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무한 등비급수 공식을 적용하여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수익의 총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적정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 신생 온라인 사업자는 현재까지의 사업 성과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중요하므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선례를 참고하기도 했고 자산 총액에 프리미엄(Premium)을 더한 값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종이 위에 적힌 숫자와 문자들로 회사와 인간과 세상을 이해했던 것 같다.

병원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는 지금 숫자를 접할 일은 거의 없다. 대신 환자 후기나 직원 칭찬 사례와 같은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는 편이다. 허리 시술을 받은 환자가 의료진에게 고맙다며 손수 농사지은 무거운 참외를 상주에서 버스 타고 와서 선물한 사례, 딸이 친정어머니와 대화하듯 원무과 선생님과 환자가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체감했다.

일전에 입원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해 정형외과 수술을 받고 입원한 환자의 머리를 감겨드리며 "그동안 많이 힘드셨지요"라고 한마디 건넸는데 환자분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병원이라는 곳은 업의 특성상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간의 공명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병원 밖에서도 숫자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소식들을 접한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 수술을 여러 번 받은 적 있는 기초 생활 수급자 남성이 지난달 울산시 동구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고 싶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익명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한다. 시·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구경선 작가는 일반인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나 또한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 것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출근길 주차반장님의 "할 수 있다 파이팅" 한마디, 말없이 전해 받는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 타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삶을 살아내신 선배들의 지지와 격려.

날로 어려워지는 경기와 저마다의 삶의 무게로 모두가 힘든 연말이지만 함께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과 멀리서 응원 보내주시는 선배들과 가족에게 동그란 미소 를 건네는 2022년 마지막 한 달을 보내리라 다짐해본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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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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