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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취미 생활

2022-12-19

[문화산책] 취미 생활
곽현지<곽병원 홍보계장>

나의 취미는 발레이다. 신촌네거리에 위치한 발레 학원에는 나처럼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위해 찾은 성인뿐만 아니라 무용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무용과 입시를 준비하는 예술고등학교 학생,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무용수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 수업을 들었다.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무용과 학생과 발레단 무용수들은 실력도 뛰어나고 일반인보다 두상이 작고 팔다리가 길어 거울에 나란히 함께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발레는 골반 외회전, 발끝 포인, 발끝으로 균형을 잡은 채로 회전을 하거나 중력을 거슬러서 높이 점프를 뛰는 동작 등을 해야 하므로 자신의 몸에 집중하지 않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운동이어서 수업이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발레는 타고난 인체 구조와 반대로 신체를 사용하는 운동이다. 즉 사람이 자연스럽게 서 있을 때 무릎은 정면을 향하게 되는데 발레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무릎이 양옆을 향하도록 다리를 바깥으로 회전하고 발등이 튀어나올 정도로 발끝까지 힘을 주어 직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일반적인 여성의 신체는 S 라인의 곡선을 이루지만 발레는 납작한 몸통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슴과 골반의 정렬을 일직선으로 맞추어야 한다. 또 발끝으로 서서 균형을 잡거나 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코어 힘이 있어야 하고 코어 힘을 기르기 위해서 틈틈이 근력 운동도 스스로 한다. 근력 운동을 성실하게 했는지 게을리했는지 나 자신만 알 뿐이지만 발레 동작을 할 때 매우 정직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동작 하나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데 같은 동작을 수백 번 연습하고 나서야 아주 작은 진전이 있는 흥미로운 운동이다.

이처럼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므로 발레를 하는 동안에는 많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인생의 문제를 지나갈 때 쉼표를 찍고 잠시 생각을 비운 후 문제로 다시 돌아오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본업에 집중하는 힘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멈추는 힘 또한 삶의 지혜이리라.

오늘도 아파트 앞 작은 스튜디오에 발레를 연습하러 간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라는 시에서 세사(世事)에 시달리는 번뇌를 별빛으로, 두 볼에 흐르는 빛을 서럽고 아름답다고 하였다. 이 시간은 나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자 비워내는 시간이다. 생각을 멈추고 비워내는 나 자신만의 방법이다. 여백은 공백이 아니라 그림을 완성해 주는 고유의 면적이다.곽현지<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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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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