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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니카라과 국민의 대탈출

2023-01-02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니카라과 국민의 대탈출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금 니카라과는 문자 그대로 도탄에 빠져있다. 국민은 제 나라에선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국외로 탈출한다. 지난 4년간 전체 인구의 10%가 조국을 떠났다. 2018년 이후 코스타리카에 망명을 신청한 자가 15만4천명인데 이들을 심사하는 데만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나라가 도탄에 빠진 것은 현 대통령인 다니엘 오르테가의 장기집권과 독재 때문이다. 2021년 대선에서 그는 대선후보 7명과 야당지도자를 잡아 가둔 뒤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정당과 인권단체는 활동을 정지시켰고 반체제 인사는 쿠데타 음모 혐의로 체포하였다. 2018년부터는 그의 아내까지 부통령에 앉혔다. 대법원·선거관리위원회·의회엔 추종세력으로 채웠으며 텔레비전 방송국을 매입하여 비판 여론의 싹을 잘랐다. 반정부 낌새가 보이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하거나 생명을 위협한다. 2018년에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으나 수백 명의 애꿎은 목숨만 희생시켰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빈곤층이고 국민의 3분의 2가 월 120달러로 살아가니 미주에서 둘째로 가난한 나라가 됐다. 작년에 11월까지만 미국국경을 넘은 사람이 18만명에 이르렀는데 2년 전보다 60배 많은 수치이다. 그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위해선 온두라스·과테말라·멕시코를 거쳐 약 3천㎞를 가야 하며 경비도 2천달러나 든다. 브로커와 멕시코의 보안대원에게도 돈을 뜯긴다. 물살이 센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건너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 미리 수영강습소에서 훈련도 받고 나선다. 정착한 이들이 돈을 벌어 본국에 송금하는 액수가 작년에 3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중 17%가 세금으로 들어가니 결국 독재정권을 돕는 셈이 된다.

박재열(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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