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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음악과 운(運, 韻)

2023-01-05

[문화산책] 음악과 운(運, 韻)
임진형〈대구챔버페스트 대표〉

한 해의 끝에서 우연히 한 후배를 만났는데, 대뜸 새해 첫날에 무슨 노래를 듣고 싶은지 묻는 거였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요즘 젊은 세대는 송구영신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땡' 하는 순간 듣는 음악이 그해의 운을 결정한다고 믿는단다. 나의 어린 후배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Seven Rings'를 새해 첫 곡으로 정했다고 했다. 노래 가사처럼 원하고 바라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생겨 7개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고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멋지게 '플렉스'(flex·자기 만족이나 자기 과시를 위해 값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일)하고 싶다고 한다. 진심인 듯했다.

MZ 세대의 유행이라나. 본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면서 새해의 첫 곡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따라 몇 곡을 생각했다. 담대하고 자신감 있는 한 해를 소망하며 우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을 들을까. 아니면 운수도 사주도 팔자도 좋아진다는 일명 '왕 대박'의 노래, 노라조의 '니 팔자야'라는 가요는 어떨까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작년 한 해 일주일도 제대로 쉬지 못한 나를 위로하는 음악, 지구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7곡에 선정돼 미국 보이저 탐사선 2호에 실리기도 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3번의 5악장 'Cavatina'도 함께 떠올렸다.

음악을 듣는 데 꼭 새해 첫날이어야 할까. 생각대로 말대로 이루어진다는 책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참에 우리 모두 올해의 테마곡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이에 앞서 어떤 한 해를 살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각자가 노스트라다무스가 되자. 아니,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는 말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필자는 올해의 테마곡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오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이여!'를 선정했다. '밤의 여왕'이 내린 시련의 과제들을 홀로 감당하는 타미노. 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자라스트로는 이러한 타미노를 위해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타미노에게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시어 그의 앞길이 순탄하게 되기를 도와달라고. 그리고

'오, 이시스와 오시리스시여,

그들에게 지혜를 주소서.

나그네의 길을 인도하고,

위험에서 참아내는 강인함을 주소서….'
임진형〈대구챔버페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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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형 대구챔버페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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