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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60년 사제 동행

2023-01-09

[문화산책] 60년 사제 동행
박지극〈시인〉

중학교 때 미술반에 든 것이 인연이 되어 60년 동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미담이 있어 소개한다. 대구에서 꽤 알려진 서양화가 박노환 화백은 2022년 11월14일부터 28일까지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갤러리 초대전에 '잠자는 민족의 혼을 깨우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가졌다. 한글과 전통 유물을 형상화하여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한글과 전통유물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 사이에 대작도 눈에 띄었다. 지리산과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300호 대작 2점을 선보였는데 그 작품은 감상 이전에 작품 앞에 서면 완전히 압도되는 느낌을 주는 걸작이었다.

박노환 화가는 작가 노트에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가 되어 있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한글을 쓰고 있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무엇으로 우리의 찬란했던 역사의 혼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한글을 선택했다"라고 한글 소재 작품 배경을 밝히고 있다.

박노환 화가의 이번 그림전은 '대륜중·고등학교 101주년 기념 초대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대륜중·고는 박노환 화백이 화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된 미술반 시절을 보낸 학교이고, 여기서 평생의 스승 전선택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화가 박노환의 스승 서양화가 전선택 선생님은 1922년 평북 정주 출생으로 1943년 일본 가와바다 미술학교를 나오시고 1946년 월남하여 대구에 정착하였다. 1947년부터 30년 동안 중등교사로 재직하셨으며 개인전만 42회를 여는 등 대구에서 원로 작가로 그 이름이 높은 분이다. 100세 나이에 아직도 붓을 놓지 않으신다니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가 박노환은 나이가 일흔이 넘었지만 스승을 닮아 아직 현역으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열정적이다. 가끔 필자가 안부 전화를 하면 "어제 작품하느라 꼬박 밤을 세웠네그려" 하면서 웃는다. 그는 매일 100세 스승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택을 방문하여 스승님의 안부를 챙기곤 한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 관계가 60년이 되었고 스승은 100세, 제자는 70을 넘긴 나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제자는 스승에게 서로 붓을 놓지 않도록 격려하기도 한단다. 아직도 현역(?)인 스승과 그에 못지않은 열정의 제자가 인연의 소중한 끈을 놓지 않고 끈끈히 이어가고 있으니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한다. 박노환은 곧 유작으로 남을 300점이나 되는 스승님의 작품을 모실 미술관을 물색하느라 오늘도 바쁘다.박지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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