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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구 구상미술의 비구상성

2023-01-31

[문화산책] 대구 구상미술의 비구상성
구영웅<현대미술가>

미술을 시작하고 대구를 벗어나서 대구미술에 관해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있다. 바로 대구가 구상(具象)미술의 메카라 불린다는 이야기다. 외지에서 대구를 아는 사람들은 '미술의 도시'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거기에는 이인성(1912~1950)을 필두로 걸출한 구상 화가를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유달리 구상계열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현재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구상 미술가 중 상당수가 대구 출신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구상미술은 글자 그대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림을 가리킨다. '구상'이란 용어는 양차 대전 후 유럽에서 추상의 상대적 개념인 '피규라시옹(figuration)'이란 말을 번역하면서 나왔다. 즉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는 그림을 비구상 또는 추상이라고 말하며 그 반대되는 개념으로 파악한다고 보면 된다.

구상 미술이 발달했다는 것은 미술의 기본기가 충실하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술, 아니 서양화의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원근법은 원래 건축도면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해부학은 인체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익히는 학문이다. 이러한 것들의 체계는 르네상스 시기에 이루어졌고 19세기 말 카메라가 보급될 때까지 서양미술의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사람이 아무리 잘 그린다고 해도 카메라보다 빨리 그릴 수는 없다. 그래서 카메라가 나오고 나서 미술의 양상은 기록적인 것에서 표현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술이 추상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그림에 시각적 요소보다 생각을 표현하는 비중을 늘린다고 할 수 있다.

서양화는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에 의해 유입되었다. 그래서 서양에서 발달해온 전통과는 발전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때 서양에서는 이미 카메라의 보급으로 화가들의 표현이 구상에서 점점 표현적이고 추상적으로 변해가던 시기였다. 나는 이러한 시기적 특성으로 구상미술조차 감성적이고 표현적인 그림들로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구 구상미술의 중요한 특징으로 본다.

나는 서양 중심의 학문체계에서 나온 구상미술이라는 용어에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다. 구상미술이라는 용어는 그 바탕에 깊은 생각과 섬세한 정서가 공존하는 대구 구상작품들의 장점을 담지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정서를 시각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영역인데, 구상은 추상의 반대로 인식되기 때문에 깊은 생각과 섬세한 정서는 무시되는 느낌이다. 혹시 대구 사람들이 깊은 생각과 섬세한 정서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림을 잘 그리게 된 것은 아닐까? 그래도 말 한마디 부족해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구영웅<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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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웅 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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