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존중·배려로 가득 채운 아이의 '미덕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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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정소현기자 kar03060@yeongnam.com |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이 되었네요.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참 좋으신 선생님을 만나 정말 행복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하신다는 담임선생님 1년간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며 보내주신 편지를 보며 "걱정할 것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 오늘 도장 10개 받아서 선생님께서 이거 주셨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호들갑을 떨면서 선생님이 주신 간식과 미덕통장을 보여주네요. 할 수 있는 나, 나를 믿는 나, 버츄프로젝트 미덕통장이라고 적힌 작은 책자와 맛있는 초콜릿이었어요. 그 작은 책 속에는 아주 귀한 보석들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감사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인내하는 마음, 존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덕통장이었어요.
담임 교사가 '선행 책자' 만들어
제자들이 실천할 때마다 도장 꾹
마니또 통해 전학생과 가까워져
학교생활 잘 적응해 감사한 마음
학교에서 아이가 실천한 배려는 뭘까 궁금해서 슬쩍 보니 '줄서기를 잘했다' '딱지 잘 못 접는 친구를 도와주었다' '교실 청소를 잘했다'라고 적혀있더군요. '아하 그렇구나. 맞다'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답니다. '발표하는 친구의 말을 잘 경청해 주고 체육실로 갈 때 조용하게 이동했다'라고 존중 실천으로 적혀 있었네요. 이 작은 미덕통장 덕분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을 한아름 가득 품고 쑥쑥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 마니또 알아. 내 마니또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한 친구가 수상하긴 해. 오늘 진로수업을 하는데 그 친구가 나를 도와주더라고. 짐작은 가는데 확실하진 않아. 내 마니또는 이 친군데 엄마 이 친구 모르지. 전학 온 것 같아. 근데 잘 관찰해야 돼. 이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게. 오늘 보니까 발표를 잘하더라고. 그리고 어제는 말을 못 걸었는데 오늘은 '잘 가' 하고 집에 올 때 인사했어. 내일은 그 친구를 꼭 도와줄 거야."
학교 근처에 아파트가 생기면서 전학 온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1학년 때와 2학년 때는 두 반밖에 없었는데 올해 세 반으로 늘었거든요. 그러니 모르는 친구들이 좀 많다고 하길래 걱정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마니또'를 통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 같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셨을까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선생님의 아이디어 덕분에 친구들이랑 좀 더 친해졌고 엄마인 저도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되어 참 좋았답니다. 자연스럽게 내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보게 되고 그 친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배려와 존중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쉿. 난 비밀요원이야. 나의 임무는 첫째, 혼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기. 둘째, 선생님께 집중하지 않는 친구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는 거야. 이건 반 친구들 아무도 몰라. 선생님과 나만 아는 사실이니까 엄마도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어느 날 선생님께서 비밀쪽지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주셨네요. 비밀요원으로 한 학기 동안 반 친구들을 살펴보면서 왠지 외로워 보이는 친구가 있다거나 도움을 청하는 친구가 있다거나 힘들어 하는 친구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달려가서 그 친구들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임무였어요. 아무도 모르게 슬쩍~ 드러나지 않는 배려와 존중의 모습, 이 또한 진정한 참 미덕임에 분명했답니다.
"우유팩 전부 다 가져갈래." 미술 시간에 만들기를 한다고 휴지심과 우유팩을 가지고 오라고 했거든요. 마침 집에 깨끗하게 씻어서 말리고 있었던 우유팩이 서른 개 정도 있었는데 준비물로 다 가져가겠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안 가지고 온 친구들이 있으면 나눠주고 남으면 다시 집으로 가져오라고 했네요. 그렇게 무겁지가 않으니 에코백에 다 넣어서 보냈지요.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아주 신이 나서 얘기해 주더군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준비물을 안 가지고 온 친구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우유팩 많이 가져온 친구 있냐고 해서 손을 번쩍 들어서 가져간 것들을 친구들에게 다 나눠주고 1개 달랑달랑 에코백에 넣어서 다시 들고 왔더군요. 선생님께서 미덕통장에 도장 2개를 찍어주셔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많이 가져가길 진짜 잘했다고 얼마나 셀프칭찬을 하던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네요. 친구들을 배려한 마음 정말 대단하다고 아들 녀석에게 엄지척해 주었답니다.
"매일 반갑게 맞아주시고 스쿨버스로 안전하게 학교에 태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세요."
벌써 3년째 뵙고 있네요. 노란 스쿨버스를 타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소원을 풀게 되었지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던 해였기에 스쿨버스 문 앞에서부터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체온계를 가지고 서 계시는 선생님과 손소독제를 주시는 도우미 할머님,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스쿨버스 기사님, 걱정이 돼서 나와 계시는 교장선생님까지 총출동을 하셨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니 그럴 때가 있었구나 싶네요. 이제는 스쿨버스 기사님 두 분과 도우미 할머님 두 분께서 수고해 주고 계시거든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면서 안전하게 학교 안까지 등교시켜 주시고 아파트 단지 안까지 데려다 주시고 계시죠. 이분들 덕분에 걱정하지 않고 학교를 보낼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작년부터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해드리고 있답니다. 내 주위에 고마우신 분들이 계신다면 항상 관심을 갖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배려가 맞겠죠.
"엄마, 2.3㎏." 편의점 택배로 보내려면 박스 사이즈와 무게를 미리 측정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거든요. 조금은 힘들고 번거롭지만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팍팍 생긴답니다. 올해 꼭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 중의 하나가 아름다운가게에 백만 원을 기부하는 거라서 열심히 택배포장을 해서 보내고 있네요. 당연히 아이와 함께이지요. 이제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나 작아진 옷들, 신발, 언젠가는 사용하겠지 라고 넣어두었던 물건들,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책들을 박스에 넣어 포장하고 택배로 보내고 있답니다. 벌써 6년째 필요한 분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정성껏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드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내 주위를 둘러보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면서 항상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에 보낼 서른 번째 택배를 준비 중이랍니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항상 내 주위를 살펴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그것이 바로 배려와 존중이 아닐까 싶네요. 조그마한 관심과 애정이 쌓이면 분명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느끼게 될 거예요.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려와 존중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곧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해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 활동으로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담임선생님 덕분에 아름다운 미덕 보물들을 가득가득 담으면서 정말 행복한 한 해가 된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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