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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이웃 지역 언론 콘텐츠의 눈부신 성공을 보며

2023-02-02

경남MBC 제작한 다큐멘터리
SNS·유튜브의 열풍 타고
전국적 방송된 '어른 김장하'
지역콘텐츠 성공의 비결은
어려운 현실속 꾸준한 관심

[더 나은 세상] 이웃 지역 언론 콘텐츠의 눈부신 성공을 보며
정혜진 변호사

화제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경남MBC의 작품으로 처음엔 경남지역 일대에만 방송되었다. 방영 직후부터 SNS에서 강추 열풍이 불면서 유튜브 조회 수가 급증해 급기야 MBC가 지난 설 연휴 이를 전국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 후 가히 '김장하 바이러스'라 불릴 만한 열풍이 지금까지 불고 있다. 다큐 주인공에 대한 소개는 포털 사이트 검색 한 번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굳이 여기에서까지 보태지는 않겠다.

다큐는 김장하를 취재하는 나이 지긋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데, 기자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검색해 봤더니 몇 년 전, '시대의 어른'이라 불린 채현국 선생(1935~2021)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 그 기자가 맞았다. 경남 양산에 있는 학교법인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2014년 한 중앙지에 실렸는데, 경남 지역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기자 김주완은 그 지역에 사는 인물이 '자신의 게으름으로' 중앙지를 통해 알려진 것을 부끄럽게 여겼고, 그때부터 채현국을 집중 취재해 포털 사이트에 연재도 하고 책(풍운아 채현국)도 냈더랬다.

알고 보니 이번 다큐는 그 연장선이었다. 기자는 '나쁜 사람들을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도 중요한 언론의 기능이지만, 좋은 분들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의 또 다른 존경받는 인물 김장하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한 취재를 2015년 3월 시작했다. 선생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니(선생은 10년간 어느 지역신문사의 최대 주주로 있었는데 그 신문사 소속 기자조차 매번 인터뷰를 거절당했다고 한다), 선생과 인연이 있는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세월이 6년을 넘기던 중 2021년 11월 경남MBC 피디의 협업 제안을 받고 2022년 1월부터 함께 취재를 했다. 그렇게 나온 게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와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이다. 결과는 보는 그대로다. 지역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가 역으로 중앙 방송을 타고, 경남지역 자그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출간 직후 중쇄를 찍고 한 달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콘텐츠, 즉 김장하라는 인물 자체의 힘일 것이다. 자신을 그토록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만 6년 넘게 100명 이상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하니 모자이크가 맞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 언론과의 협업과 유튜브 채널의 적절한 활용 또한 주효했을 것이다. 한때 지역기자로 일했던 나는 몹시 부러운 마음으로 그 기자가 쓴 책들, 블로그 글들, 개인 유튜브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이내 실망감(?)에 사로잡혔다. 그 지역에 관심 없는 이에겐 아무런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번 콘텐츠의 성공은 한두 개의 될성부른 지역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취재한 결과가 아님을. 그 기자는 지역에서조차 지역 콘텐츠에 별 관심을 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서글픔과 서러움과 좌절감을 견뎌내면서 성실하게 지역 콘텐츠를 생산해 내다 히트작을 냈을 뿐이다. 반면 나는 그 지루하게 길었던, 서글픔과 서러움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다.

얄팍한 부러움은 이내 심한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역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 언론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정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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